증파 경비를 에워싼 정부의 자가당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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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제1회 추경예산안과 국군 월남 증파안에 관련하여 증파 경비의 부담문제는 국민의 크나큰 관심사이며 정부·야당간에 큰 논쟁을 벌여왔다. 증파에 관한 미측과의 합의사항으로 알려진 14개 항목에는 증파 소요 원화 경비는 전적으로 미측이 부담하기로 되어있고 그 부담방법에 대하여 정부는 천만불 정도의 불화공여 또는 원조의 증액을 국민에게 시사해 왔던 것이다.
그러던 터에 대충자금 중 미측 사용분으로 충당된다는 소문이 돌더니 16일에 장 기획은 대충자금 수입에서 조달하라는 것이 미측 주장임을 밝히고 이에 대하여 480호 잉여 농산물 판매 대금 중 미측 사용비율 20%해당 약 28억원 중에서 충당하도록 노력중이라고 증언하였었다. 그러나 18일 하오 국회재경위에서 장 기획은 66년도 잉여 농산물 판매 대금중 한국측 사용 분에서 충당된다고 증언함으로써 최악의 경우로 낙착된 것이 드러났다.
지금에 와서 이것을 합리화하기 위해 66년도 PL480자금이 전년에 비하여 9백40만「달러」가 늘어났으므로 그 대금 중 한국측 사용분인 80%가 증파 소요 원화 경비에 해당한다고 설명하는가 하면 66년도 PL480의 증원이 이 목적으로 이루어진 것 같이 증언하였다.
그러나 이와 같은 설명으로는 납득이 가지 않는 몇 가지 점이 있다. 원래 PL480의 증액이 증파 소요 원화 경비충당을 위한 것이었다면 지난 3월7일 동협정 체결시에 무엇 때문에 이를 밝히지 않았던가 하는 의심을 품게 한다. 상기 14개 항목이 미측으로부터 통고되었을 때에 정부로서는 만족의 뜻을 밝혔다. PL480의 협정이 그러했고 14개 항목을 원래 그렇게 해석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면 그 이상 미측과의 교섭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유리한 방법이 있는 것 같이 시사하고 교섭중이라고 증언하였던 것은 국민을 우롱한 처사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렇게 하기로 처음부터 계획하고 합의한 터에, 그리고 PL480대금수입이 그만큼 또는 그 이상 증가되었다면「우리나라 재정 안정 계획에 큰 영향을 끼칠 우려 성이 있다」느니, 「미측에 잉농물 원조자금의 추가요청과 7백50만「달러」의 조기 사용 등 다섯 가지 사항을 요구협의 끝에 거의 대부분의 항목에 합의를 본바있다」는 등의 말은 무슨 이야기인지 도시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이 사실 그대로라고 하더라도 증파 소요 원화 경비의 조달을 미 잉여농산물 도입증가로 해결한다는 것은 타당한 방법일까. 정부는 과거 무계획한 잉여농산물의 도입으로 우리농업이 부당하게 압박되어 왔고 안이한 재정운영을 통해서 초래되었던 경제적 폐해가 우심했다는 것을 지적하여왔다. 우리 경제로서 받아들여야 할 적정수준을 초과하여 증월 경비를 조달하기 위해서 우리 경제자체로서는 필요 없는 9백40만「달러」어치를 더 들여왔다고 한다면 그것은 자가당착도 심한 것이라 할 것이다.
우리는 파월을 기화로 광욕을 부려야 한다고 주장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러나 자립경제에 미급한 형편에, 국민대중은 비참한 지경의 빈곤에 허덕이고 있는 터에, 국제적인 자유수호를 위한 추가경제부담을 자초할만한 위치에 있지 않다는 것은 자타가 공인하는 바이다. 그러할진댄 정부는 좀더 솔직하고 과감하며 지혜를 동원하여 맡은바 소임을 다함으로써 대외적으로 떳떳한 자세를 유지하고 대내적으로 국민을 우롱하는 결과가 되지 않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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