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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초혈관 좁아지는 ‘레이노병’도 원인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강추위가 이어지면서 손발이 차다고 느끼는 수족냉증 환자가 늘고 있다. 날씨가 추워진 탓도 있지만 순전히 날씨 때문이겠거니 하고 방치하면 자칫 화를 키울 수 있다. 다른 부위는 괜찮은데 유난히 손발만 얼음장처럼 차갑거나 저린 사람이라면 특히 주의해야 한다. 장갑을 끼거나 두꺼운 양말을 신어도 손발이 하얗게 변하거나 악수를 하지 못할 정도로 손이 저리다면 질병으로 인한 증상일 수 있다. 한양대병원 류마티스내과 조수경(사진) 교수에게 수족냉증의 증상과 치료법에 대해 들어봤다.
 
-수족냉증이 뭔가.
“추위를 느끼지 않을 만한 상황에서도 손발이 차다고 느끼는 증상이다. 보통 손발이 차면 심장병이나 동맥경화증처럼 혈액 순환이 잘되지 않아서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다양한 원인에 의해 수족냉증이 생길 수 있다. 가장 흔한 원인은 레이노병이다. 이외에도 불안하거나 긴장할 때, 빈혈이 있을 때도 손발이 차가워진다. 신경통이 있거나 뇌나 말초신경에 이상이 있어도 나타난다. 추간판탈출증이나 척수관협착증처럼 신경근이 압박을 받아도 수족냉증이 생기기 쉽다. 특히 이런 경우엔 서 있거나 걷거나 누워 있는 특정 자세에서 수족냉증이 느껴질 수 있다. 여성의 경우 갱년기 때 안면홍조와 함께 수족냉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레이노병은 무엇인가.
“손가락과 발가락, 코나 귀 등의 혈관이 좁아져 혈액순환 장애를 일으키는 추위 질환이다. 전체 인구의 약 5~10%에서 발생한다. 혈관의 수축과 이완을 돕는 교감신경계가 추위나 스트레스에 과도하게 반응해 말초혈관을 비정상적으로 수축시키고 말초 조직에 산소가 부족해져 병이 생긴다.”

-수족냉증의 증상은 어떤가.
“동상에 걸렸을 때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 손발이 차갑고 통증이 있으면서 가렵다. 갑작스러운 추위나 스트레스 상황에 노출되면 손이 하얗게 되고 점차 푸르스름해지면서 파랗게 변한다. 이때 아프고 저린 느낌이 심하다. 혈관이 원래대로 늘어나면서 손가락이 다시 붉은색으로 변한다. 손발톱 주변에 만성적으로 감염이 발생하고 손가락 끝에 궤양이 생기기도 한다.”

-왜 생기나, 어떤 사람에게 흔한가.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교감신경이 예민해져 신경 말단에서 혈관을 수축시키는 물질이 과하게 나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즉 자율신경계의 이상으로 혈관 조절 기능에 문제가 생겨 발생한다는 것이다. 다른 질병이나 특별한 원인 없이 증상이 발생한 경우를 1차성 레이노병이라고 한다. 전체 환자의 70%가 여기에 속한다. 대개 20~40대 젊은 여성에게서 자주 생긴다. 여자가 남자보다 3~9배 많이 나타난다. 초경·생리·폐경 등의 호르몬 변화가 원인이다. 1차성 레이노병은 증상이 양손에 대칭적으로 나타나고 통증이 심하지 않은 게 특징이다.

2차성 레이노병은 류머티스성 관절염이나 몸이 굳어 가는 전신 경화증 같은 류머티즘 질환이 있으면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동맥경화증·자가면역질환·갑상샘기능항진증 등이 있는 상태에서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레이노증후군 환자의 30~50%가 여기에 속한다. 1차성 레이노병에 비해 정도가 심해 말초 괴사를 유발하기도 한다.”

-일반적인 수족냉증과 레이노병은 어떻게 구별하나.
“차가운 물에 손을 넣었다 뺀 뒤 하얗게 변한 손가락이 원래대로 돌아오는 데 5분을 넘으면 레이노병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자가 진단보다는 증상이 나타났을 때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찰과 검사를 받고 원인을 찾아보는 것을 권한다. 자가면역질환이나 말초동맥질환·간염·갑상샘기능항진증 등이 있는지 피검사로 확인해야 한다.”

-치료법은.
“손발뿐 아니라 몸 전체의 보온에 신경 써야 한다. 생활습관 개선과 함께 약물 치료를 한다. 주로 혈관을 확장시키는 칼슘채널차단제나 혈관확장제 같은 약물 치료가 도움이 된다. 약물로도 조절이 잘되지 않으면 교감신경절제술(신경차단요법)이라는 수술을 한다. 교감신경계를 잘라 혈관 수축을 막는 수술이다. 좁아진 혈관에 카테터를 삽입해 혈관을 넓히는 풍선카테터 혈관확장술을 하기도 한다. 명상과 같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심리적인 안정을 찾는 운동도 도움이 된다.”

-예방하려면.
“흡연자는 반드시 금연을 해야 한다. 담배의 니코틴 성분은 혈관을 수축시키고 체온을 떨어뜨려 레이노병의 증상을 악화시킨다. 코감기약이나 고혈압 약제 등의 약물은 손발의 혈관을 수축시켜 증상을 악화시키기 때문에 증상이 심하다면 전문의와 상담한 뒤 복용해야 한다. 추운 곳에 갈 때는 보온에 특히 신경 쓴다.
특히 겨울스포츠인 스키·스노보드 같은 운동을 할 땐 장갑을 꼭 끼고 중간에 손을 녹여 준다.

손이 차가울 때는 갑자기 뜨거운 물에 담그는 것보다 미지근한 물에서 점차 따뜻한 물로 옮겨 주는 게 좋다. 추위에 오랫동안 노출된 경우 실내로 들어가 손가락을 흔들거나 팔을 돌려주는 등 간단한 스트레칭을 한다. 따뜻한 물로 설거지를 하고 실내에서도 가급적 양말과 장갑을 착용한다. 특히 냉동실에 있는 꽁꽁 언 음식물을 빼는 것처럼 차가운 것을 만질 때는 반드시 장갑을 낀다. 스트레스도 피해야 한다. 꽉 끼는 옷이나 하의실종 패션을 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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