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됐으니 다시…" 인터넷선 '대선 불복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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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대선이 끝난 지 열흘 가까이 흘렀지만 SNS와 인터넷에선 ‘대선 불복론’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28일 한 포털 사이트엔 대선 개표에 의혹을 제기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지난 21일 처음으로 ‘수개표 청원 운동’ 글이 올라온 뒤 이날 오후까지 20만 명이 댓글을 달며 가세했다. 선관위의 전자 개표에 하자 의혹이 있는 만큼 수개표를 다시 하자는 주장이다.

 선관위가 직접 나서 “후보자별로 투표지 분류 작업을 쉽고 정확하게 하기 위해 투표지 분류기라는 기계 장치를 보조적으로 사용했고, 분류가 끝난 투표지는 다시 개표 사무원이 일일이 육안으로 심사한다. 개표는 수개표로 진행한다”며 전자개표 조작설을 해명했지만 요지부동이다.

 민주통합당 박지원 전 원내대표까지 가세했다. 그는 한 방송에 출연해 “20만 명 가까운 국민이 청원하고 있기 때문에 (수검표를)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며 “국회 행정안전위에서 철저한 검토를 해보자”고 말했다.

 이번 대선에선 한국 정치의 고질병이던 지역갈등 구도는 일부 완화됐다. 박근혜 당선인이 호남에서 처음으로 10%대 지지율을 얻었고, 민주통합당 문재인 전 후보도 부산(39.87%)·울산(39.78%)·경남(36.33%)에서 40% 가까이 득표했다. 하지만 동서 대결이 줄어든 대신 그 공간을 ‘진영 대결’이 채우며, 젊은 층과 야권 지지 층이 주로 이용하는 SNS와 인터넷 토론방 등에서 전례 없는 대선 불복론이 튀어나왔다. SNS에선 이날도 “(박근혜) 당선자가 아니라 임시 당선자다. 실제 개표는 이뤄지지 않았다. 오직 임시개표(전자분류기에 의한 조작개표)만 이뤄졌다” “투표함 보전 가처분신청부터 이뤄져야 한다” “김무성(새누리당 전 총괄선대본부장), 김능환(중앙선관위원장)이 갑자기 사라진 이유는 대선 개표를 조작했기 때문”이라는 글이 돌았다.

 이에 대해 가상준 단국대(정치학) 교수는 “패자 지지층의 상실감은 이해되지만, 가장 큰 정치 이벤트인 대선 결과조차 수용하지 못하면 민주주의 자체가 흔들린다”며 “승복의 문화가 안착돼야 한다”고 질책했다.

 윤성이 경희대(정치학) 교수도 “과거엔 대선 패배에 대한 상실감을 개인적으로 달랬다면 이젠 SNS와 인터넷에서 같은 생각을 가진 이들이 네트워크로 연결돼 불복의 정서를 확산하는 집단강화 현상이 나타난다”며 “특히 SNS는 사적 공간이지만 그 결과는 공적 영역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책임도 수반된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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