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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들 손 뗀 충북 적십자 20일간 모금액 2000만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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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대한적십자사 충북지사의 회비 모금이 갈수록 난항을 겪고 있다. 적십자 회비 모금이 20일가량 지났지만 전국공무원노동조합에 이어 도내 일부 이·통장도 모금 협조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적십자사에 따르면 4일부터 회비 모금을 위한 지로용지 배부에 들어갔다. 내년 1월 말까지 내년도 회비를 집중 모금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회비 모금을 위한 지로용지 배부조차 마무리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적십자 회비 난항은 지난달 말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이 관행이었던 회비 모금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나서면서부터 예상됐다. <본지 11월 28일자 17면>

 이로 인해 적십자사는 지로용지를 충북도 내 시·군에 전달하지 못했고 읍·면·동사무소에 설치된 통·리·반별 문서 수발함에 지로용지를 담아두는 방식을 택했다. 적십자사 계획대로라면 모금이 시작된 10일 이전에 지로용지 배부를 끝냈어야 했다. 그러나 일부 읍·면의 이·통장이 “우리가 왜 지로용지를 나눠줘야 하느냐”며 반발하고 나서면서 지로용지가 배부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지로용지 배부가 늦어져 모금 성적도 저조하다. 최근까지 거둬들인 회비는 2000여만원에 불과하다. 예년의 경우 집중 모금 기간에 목표액의 60∼70%인 10억원을 웃도는 회비가 걷혔지만 이런 추세라면 적십자사는 올해 목표액을 훨씬 밑돌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종전까지는 납부하지 않은 가정에 지로용지를 3∼4차례 더 보내 추가 회비 모금에 나섰지만 공무원들과 일부 이·통장들의 협조를 받지 못해 이마저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는 지역 봉사원과 직원들이 이·통장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지로용지 배부를 부탁하고 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적십자사 충북지사 관계자는 “이·통장들을 설득하는 것 외에는 달리 대책이 없다. 직원들을 지속적으로 보내 지로용지 배부를 부탁할 계획”이라며 “적십자 회비는 재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웃을 돕는 데 쓰이는 만큼 정성을 보태 달라”고 호소했다.

 적십자사가 회비 모금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충북회장 선출을 놓고 갈등을 빚었던 이시종 충북도지사가 적십자회비 모금에 협조하라고 나서면서 이·통장들의 태도가 변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지사는 지난 21일 간부회의에서 최근 적십자 회비 모금이 저조한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한 모금이 잘되도록 도와 달라”고 말했다. 전공노가 관행이었던 적십자 회비 모금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나서면서 사업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을 해결하라는 취지로 풀이된다.

 한편 적십자사 충북지사는 지난 8월 도지사가 추천한 인물을 회장으로 뽑는 관례를 깨고 경선을 전격 실시, 성영용 전 부회장을 신임 회장으로 선출해 도와 갈등을 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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