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자동차 이야기] 현대전 걸맞는 차세대 지프 '험비'

중앙일보

입력

현대전의 핵심은 속전속결이다. 첨단 무기와 하이테크 군용차가 필수적이다.

21세기 첫 전쟁이라는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도 예외가 아니다. 지상군이 투입된다면 미군은 1990년 페르시아만 전쟁에서 위력을 발휘한 신세대 지프형 군용차 '험비(HMMWV.별칭 허머.사진)'에 거는 기대가 클 것이다.

지프는 41년부터 미군의 상징이었다. 앙증맞으면서 단단하고 정비와 운전이 편리한 게 장점이다. 게다가 처참한 전장에서 종횡무진 달리는 공격적인 외모로 모든 군인의 사랑을 받아 왔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전쟁 양상이 국지전으로 바뀌고 무기가 전자.첨단화하면서 새로운 차량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예를 들어 탱크 파괴용 미사일을 쓰려면 발사대를 설치할 수 있으면서도 민첩한 군용차량이 필요한 데 지프의 작은 차체로는 한계가 있었다. 80년대까지 미군이 보유한 5만8천여대의 지프 중 2만여대가 12년 이상 된 차량이어서 85년까지 4만대를 폐차해야 할 상황이었다.

미 국방성은 현대전에 알맞은 첨단.소형.다목적 군용차를 개발하기로 프로젝트 명을 험비로 정했다.

지프처럼 네바퀴 굴림형이지만 다른 성능은 뛰어났다. 지프보다 두 배나 멀리 달릴 수 있는데다 필요에 따라 중화기 장착차.군수품 및 병력 수송차.군용 구급차를 비롯에 여러 용도로 변형해 쓸 수 있다.

구형 지프는 적에게 노출돼 공격받기 쉬웠지만 험비는 병사들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낮은 키에 방탄 철판으로 만들어졌다. 크기도 지프와 스리쿼터(0.75t 중형 군용트럭)를 혼합한 정도로 만들어 두 차량의 역할을 동시에 할 수 있게 했다.

국방성은 여러 후보회사 중에 군장비 제조업체로 유명한 아메리칸 모터스의 자회사인 AM제너럴에 제작을 맡겨 85년 초부터 군에 납품받기 시작했다. 정식 명칭인 험비가 '허머(Hummer)'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이유도 재미있다. 허머는 미군 병사들이 정력이 왕성한 사나이를 일컫는 속어.

85년 애리조나주의 한 보병 사단에 험비가 처음 보급됐을 때 시험운전을 한 사람은 찰스 맥그로라는 이름의 중사였다. 우락부락하게 생긴데다 정력이 왕성한 그의 별명이 바로 허머였다.

허머 찰리가 차를 인정사정 없이 몰아대 옆에 탄 동료가 기절초풍할 정도였지만 험비가 끄떡없는 것을 지켜본 병사들이 허머라는 애칭을 붙여 주었다고 한다.

전영선 자동차문화 연구소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