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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 2000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오늘 미국 우주인 두 사람이 서울에 온다. 사상 초유의 우주 「랑데부」에 성공한 하늘의 연인들이어서 신기하고, 둘이 다 한국 전쟁 때의 역전의 용사들이어서 반가운 벗이기도 하다. 인간은 무섭게 근시적인 데가 있어서 20년 전만 해도 우주 여행은 물론 대륙 횡단 유도탄도 과학 소설가들의 환상에 불과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단정하고 있었다. 오늘 우리를 찾아오는 우주인들은 인간의 그 무서운 근시성에 경종을 울려주는, 역사의 산증인들이다.
앞으로 34년 후인 서기 2천년엔 세상은 어떻게 되어 있을까. 이번주 「타임」지에 나와 있는 숫자를 대충 추려보면 미국이 장래를 점치는 사업에 매년 들이고 있는 돈이 자그마치 2천3백만「달러」에 달한다. 이와 같은 막대한 돈을 써서 소위 「퓨처리스트」들이 자신 있게 그려 보여주는 서기 2천년의 미래상은 자못 찬란하다. 그때가선 달세계에 착륙하는 것은 옛 얘기가 될게고 화성에까지 여행할 수 있게 되리라는 것.
앞으로 30여년 동안에 세계 인구가 아무리 는대도 현재의 두배 60억을 넘지 못할 것이나 농업 기술의 발달과 해저 자원 개발 등으로 해서 2백80억의 인구를 너끈히 먹여 살릴 수 있는 식량을 생산할 수 있으리라는 계산이 있다. 세균에 의해서 생기는 모든 병이 완전히 박멸될 것은 거의 틀림없고 두뇌를 손질해서 지적 부패를 유아기에 고칠 수 있고, 유전 인자를 조작해서 인간의 체격·피부색·학습능도까지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으리라는 예언도 있다..
생산 공장과 사무실이 완전히 「오토메이션」화 될 것은 물론이고, 주방과 「쇼핑」까지도 기계화해서 주부는 집안에 앉아서 시장에 있는 물건을 고를 수 있게 된다. 미국인의 연간 개인 소득은 3만 내지 4만불로 늘어난다. 총 인구의 10%만이 일을 하고 나머지 90%는 무한대의 여가를 안고 그야말로 먹고, 놀고, 쉬고 하는 방법을 짜내느라고 골치를 앓게 되리라는 것이다.
물론 비관론도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예측과 전망이 마냥 휘황한 환상이 아니라는 것을 「쉬러」와 「보맨」이 용변으로 증거 해준다. 오래 살고 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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