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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면화하는 민간 경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한·일 양국의 산업을 주름잡는 거물급 경제인 등 약 백명이 「한·일 경제합동간담회」라는 이름아래 오는 18,19 양일에 걸쳐 이곳 공업「클럽」에서 합동한다. 이 간담회는 한·일 국교정상화 후 처음으로 민간경제협력의 양상이 「표면화」하고 또 「구체화」하는 모임이라는 데서 주목되고있다. 한·일 민간경제협력의 총체적인 첫 포석이라고도 할 이 모임을 앞둔 일본재계의 동향을 살펴본다.
일본계는 한·일 국교와 더불어 본궤도에 오를 한·일 경제협력에 있어 주도적 몫을 차지하고자 관련된 업종마다 살을 저미고 뼈를 깎는 경합을 일찍부터 벌여왔다.
「경제적 합리」를 벗어난 경합은 결국 일본업계의 「출혈」을 빚게 된다는데서 이른바 과당경쟁을 배제하고 대한경제협력의 「루트」를 어떠한 형태로든지 「규제」해야한다는 주장은 일본재계 일각에서 일찍부터 제기되었었으며 이 취지에 따른 창구일원화방안은 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의 부회장 식촌갑오낭씨가 주동이 되어 추진되어온 것으로 알려져 왔었다.
삼목통상도 『관민합동으로 대한경제협력을 규제하는 어떠한 기관을 마련해야한다』고 말한바있지만 삼목통상은 그 뒤 밑도 끝도 없이 허리가 끊긴 격이 되고 있다. 「일·한 경제협회」의 고교영 일조사부장에 의하면 이번 한·일 경제합동간담회는 바로 식촌씨가 주동이 되어 구상되어왔다는 대한경제협력 규제방안의 「구체화」이며 삼목통상의 안목을 아울러 살리는 성격을 띤 것이라 한다.
영리를 추구하는 민간기업에 대하여 과연 효율적인 규제가 가능한 것인지 의문이 앞서게 되는데 경제단체연합체가 간담회를 주재하는 이상 어떠한 「합의」가 이루어지면 그것이 법적인 규제력을 갖고 있지 않더라도 산하의 기업체는 『자연적으로 구속을 받지 않을 수 없다』(고교씨)고 보고 있다. 이번 간담회를 둘러싼 일본재계주동 측의 최대의 안목은 한·일 양국의 경제인들이 「방계작용」을 배제하고 직접 접촉한다는 인상을 대외적으로 「피·아르」하고 또 실제적으로 그런 방향으로 이끌어가도록 한다는데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간담회 후 발표되는 공동성명에는 「경제도의 앙양」이 의식적으로 반영될 것 같다.
실상 일본의 「빅·비즈니스」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대한시장을 개척해야한다는 생각을 지니고 있는 것 같으며 경제협력의 첫 걸음부터 경제침략이라는 인상을 줌으로써 한국의 대일 감정을 자극해서는 안 된다는, 말하자면 「경제외적 여건」에 상당한 배려를 하고 있는 것 같다.
노동집약적인 섬유·잡화부문의 중소기업은 노동력 핍박의 중압, 그리고 산업구조고도화를 지향하는 구조개혁(대부분이 중소기업인 이른바 사양산업의 경리)의 가압도 곁들여 대한수출로써 혈로를 찾고자 문자그대로 혈안이 되다시피 하고있다.
이번 간담회에서는 상공회의소를 통해서든지 어떤 형태로라도 중소기업의 경합적인 대한진출을 규제하는 문제도 제기될 움직임이다.
간담회와 한국경제인의 일본산업시설시찰에 이어 26일부터는 양국 기업체간의 개별적 접촉이 진행되거니와, 민간경제협력의 「구체화」라는 측면에서는 이 개별적인 접촉이 더욱 주목되는 것은 말할 나위 없다.
식촌씨와 더불어 일본재계에서 「코리아·로비」로 전해지고 있는 족립정씨(일본상공회의소회두)는 『일단 대한시설투자가 이루어지면 시설을 철거하고 싶어도 철거하기 어려울 것이다. 한국은 일본의 경제침략을 경계하기에 앞서 일본의 경제력을 뜯어보면 어떻겠느냐』는 투의 표현을 빌어 한국 측의 적극적인 자세를 바라고 있는데 듣기에 따라서는 흥미로운 시사를 던져주고 있다. 【동경=강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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