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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전양면으로 다시 장기전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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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성탄절을 계기로 월남전의 평화적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그동안 중단되었던 미국의 북폭이 37일만에 다시 시작됨으로써 월남전은 새로운 국면에 돌입했다. 4차에 걸쳐 북위 17도선 이북의 지역에 가해진 이날의 공습으로 전쟁의 표면상 양상은 12월 24일 이전의 상태로 되돌아갔다고 볼 수 있겠지만, 그동안 활발했던 미국의 평화공세를 공산 측에서는 『보다 강화된 침략전을 위한 연막』으로 밖에 보지 않았고 미국 측에서도 공산 측의 평화협상에의 의사가 전연 없다고 단정한 다음에야 이번의 북폭 재개를 결정했다고 생각되는 이상 현재
의 전망과 양상은 그때와는 전연 다르다고 하겠다.
작년 2월7일에 시작된 북폭은 「풀레이쿠」와 「퀴논」의 미군 병사에 대한 「베트콩」 「테러」분자들의 기습에 대한 보복으로서 다시는 그런 행위가 묵인되지 않을 것이라는 미국의 결의를 행동으로 표시하는데 그 주목적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와 같은 목적은 북폭이 더욱 계속됨에 따라 소위 호지명 통로의 봉쇄라는 보다 전술적인 목적으로 변했고, 다시 공산주의자들로 하여금 미국이 결코 월남에서 손을 때지 않을 것이며 결국 협상으로써만 월남전의 해결이 가능하다는 미국의 입장을 납득케 한다는 정치적 목적을 띠게 되었다.
그동안 미군과 월남군 비행대는 총 l천2백여 회에 걸친 월맹출격을 통해 막대한 피해를 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월맹은 조금도 물러서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으며 오히려 미국의 평화 공세를 「뻔뻔스러운 이율배반」이라고 신랄하게 비난함으로써 「존슨」대통령의 『협상 「테이블」에의 초대』를 거절해버렸다.
이렇게 되니 미국이 북폭에 부여했던 정치적 목적은 완전히 실패했다.
북폭 위협 앞에서 월맹은 협상「테이블」에 접근하는 대신 「하노이」와 「하이퐁」을 요새화 했다.
「존슨」대통령은 한국시간 1일 상오 영시를 기해 발표한 특별성명서에서 『북폭 재개는 결코 우리의 현 평화추구의 포기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고 이어 「유엔」주재 미국대사 「율드버그」씨에게 「유엔」안보리를 즉각 소집케 하여 협상의 길을 터놓을 수 있는 결의안을 제출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함으로써 『화평에의 추구가 전쟁노력에의 추구만큼이나 끈덕진 것』이라는 자기의 앞서 발언을 다시 명백히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집요하게 추진되어온 평화공세가 성과를 거두지 못한 이유― 즉 도저히 양립할 수 없는 쌍방의 협상조건―가 제거되지 않는 한 그와 같은 「유엔」결의안이 어떤 실질적인 결실을 거두리라는 보장은 없다. 따라서 북폭은 월남 내에서의 치열한 지상전과 함께 얼마동안은 월남전의 굳어진 한 양상으로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고 다만 문제되는 것은 그 규모이다.
즉 미국은 북폭중지 이전의 폭격범위를 넓혀 「하이퐁」과 「하노이」공업지대를 공격할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종전대로의 범위를 지킬 것인가? 미국주재 소련대사가 최근에 말한바와 같이 이 두 중심도시가 폭격권내에 들어간다면 그곳에 파견되어있는 소련인 기술자도 피해를 보게될 것인데 그러한 사태는 소련의 보다 적극적인 개입을 위한 구실을 제공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서는 미군기들이 첫 북폭에서 종전의 폭격범위를 넘은 것으로 보이지 않으며 「존슨」 대통령의 성명내용을 봐도 가까운 장래에는 이 이상의 확대폭격이 있을 것 같지 않다. 이래서 월남전의 남은 길은 다시 승리도 패배도 없는 장기 소모전으로 화할 것 같다. 『어떤 규모의 전쟁도 수행할 수 있는 병참시설을 갖추었다』는 미국은 화전양면공세를 계속 견지해 나갈 것이다.
그와 못지 않게 「베트콩」과 월맹도 북폭 중지기간을 이용, 대오를 재정비하고 파괴된 시설을 재건했다는 소식이 전해오고 있으니 이제 월남전은 모든 관계국에 보다 확고한 각오와 결단을 강요하고 있다고 하겠다.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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