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아프간공격…원유수급·유가에 미치는 영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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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미국의 보복공격이 개시됨에 따라 국내 에너지원 가운데 절대량을 차지하는 석유수급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지난달 11일 테러참사 직후 급등했다가 최근 2주간 폭락장세를 보인 유가도 심리적인 영향을 받아 크게 흔들릴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정부는 이미 시나리오에 따라 3단계 대응방안을 마련해 놓고 상황을 주시중이다.

◇비축물량 = 산업자원부 등에 따르면 국내 석유재고량은 지난달말 현재 정부비축분 29.7일분과 민간 재고 42.9일분 등 72.6일분(1억4천723만배럴)이다.

이는 지난해 하루 평균 사용량인 202만배럴을 기준으로 계산한 것이다.

정부 비축분에는 노르웨이와 중국의 공동비축분 2.6일분이 포함돼 있으나 유사시에는 우리측이 우선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

이밖에 4천600만배럴이 들여오는 과정에 있다고 산자부는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정부 비축분 목표인 60일분에는 턱 없이 못 미치는 것이다.

이번 보복공격이 아프간지역에서의 국지전에 그칠 경우에는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장기화되고 미국의 공격에 반대입장을 보인 일부 중동국가까지 연루될 경우 상황이 달라진다.

우리가 도입하는 원유의 중동의존도는 도입선다변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85년 57% 수준까지 떨어졌다가 89년 72.1%, 94년 76.6%, 98년 75.7%, 99년 72%, 지난해 77%등으로 증가해 절대량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동 국가의 개입으로 최악의 경우 원유를 도입하는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이 `전장(戰場)'이 돼버리면 수급에 치명타를 입게 된다.

◇확전시 25달러 수준 상승 예상= 우리가 많이 도입하는 중동산 두바이유는 지난 6일(이하 우리 시간) 배럴당 19.55달러까지 떨어져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테러 직전에 24.85달러를 기록한 두바이유는 테러 이후에는 26.83달러까지 올랐으나 열흘 만에 참사직전 가격으로 떨어진데 이어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여왔다.

최고가를 기록했던 때보다 7달러 가량 떨어진 것이다.

이는 테러참사 직후 보복공격이 예상되면서 생긴 `전쟁프리미엄'이 어느정도 사라지고 세계경기 불황에 따른 석유수요 감소 우려가 시장을 지배했기 때문이다.

이날은 현지시간이 일요일이라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다. 산자부는 국제유가가 심리적인 영향으로 일시 반등할 가능성은 있지만 수급에 문제가 생기기 않을 경우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석유수출국기구(OPEC) 바스켓유가가 지난 5일까지 열흘간 연속으로 유가밴드제(22∼28달러)에서 하행 이탈돼 OPEC가 하루 50만배럴을 감산할 수 있는 조건이 충족된 점은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또 전쟁은 시장에 심리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단기적으로 테러참사 이후 나타난 급등장세를 보일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석유공사는 개전 직전인 지난 6일 `유가전망'을 통해 테러전쟁이 조기에 종결돼시장 불안심리가 해소되고 경기침체 장기화에 따른 석유소비 감소현상이 심화될 경우 4.4분기 유가가 배럴당 19∼21달러선에서 안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전쟁이 중동 산유국으로 확산돼 공급부족에 대한 불안심리가 시장을 지배하고 동절기 혹한에 따른 계절적 수요가 증가할 경우 국제유가가 23∼25달러의 강세를 보일 수도 있다고 석유공사는 지적했다.(서울=연합뉴스) 정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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