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문재인 모두 공약 발표 때 사용 프레젠테이션 SW ‘프레지’ 한국에 지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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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올 5월, 인터넷에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는 왜 대선에 출마했는지를 밝히는 파일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렸다. 선언문이 아니라 독특한 양식의 프레젠테이션 파일이었다. 첫 화면은 책상 위에 가족사진·수첩·노트북PC 등이 놓여진 모습. ‘다음 페이지’를 나타내는 오른쪽 화살표를 클릭하면 노트북PC가 화면 가득 확대되면서 박 후보의 삶과 철학이 펼쳐지는 방식이다.

 지난 9월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는 ‘1차 복지국가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역시 프레젠테이션이었지만, 기존의 프레젠테이션과는 달랐다. 페이지가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먼저다’는 캐치프레이즈가 화면 가득 확대되면서 정책을 소개하는 그림과 세부 내용이 나타나는 화면으로 바뀌는 식이었다.

 두 후보의 프레젠테이션은 미국 소프트웨어 벤처 ‘프레지’의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것. 현재 전 세계에서 1600만 명이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다.

 프레지가 지난 13일 한국어 서비스를 시작하고 내년에 한국 법인을 설립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프레지가 미국 본사 외에 해외 지사를 설립하는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초대 지사장은 블리자드 코리아 등에서 일했던 강명구(31·사진) 대표다. 그는 “박 후보는 캠프에서 직접 프레지를 선택했으며, 문 후보의 경우는 프레지 지사장 내정 단계에서 직접 캠프에 찾아가 프레지 방식의 장점을 설명한 것이 받아들여져 프레젠테이션에서 사용하게 됐다”고 전했다.

 강 대표는 “페이지를 넘겨가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실적이나 예산 같은 것을 보여주는 데 강점이 있는 반면 프레지는 아이디어나 철학을 보다 효율적으로 공유하는 데 중점을 두고 설계된 소프트웨어”라고 설명했다. 프레지는 첫 화면에서 전반적인 생각의 틀을 다 보여주고, 그 화면의 부분 부분을 확대 또는 축소해가면서 아이디어와 철학의 부분부분을 강조하고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프레지가 첫 해외 지사를 한국에 만든 데 대해 강 대표는 “영어권을 제외한 나라 중 한국 사용자들의 페이지뷰(홈페이지를 열어본 횟수)가 가장 높고, 입소문을 타고 온 한국 사용자들이 한글 지원 서비스 요청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남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보여주고 이야기를 전달·공유하기를 좋아하는 한민족의 특성이 프레지가 추구하는 바와 맞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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