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문재인, 통합진보당도 공동정권에 넣을 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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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의 사퇴는 선거민주주의와 선거에 대한 국고지원정책의 근간을 위협하는 무책임한 행동이다.

 통합진보당은 이번 대선에서 국고보조금 27억원을 받았다. 선거보조금은 후보 출마 등 정상적인 정당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돈을 받으면 선거를 완주하는 게 제도의 취지에 맞다. 그럴 생각이 없으면 진보정의당처럼 후보 등록을 하지 말아야 한다.

 이 후보와 통합진보당은 돈만 받고 국고의 지원 목적은 팽개친 결과를 만들었다. 이런 소위 ‘먹튀’를 방지하기 위한 법안을 새누리당은 발의해 놓았다. 제2의 이정희를 막기 위해 대선 이후 이 법은 통과되어야 할 것이다.

 출마에서부터 사퇴까지 이정희 대표는 도덕성과 민주성을 훼손했다. 이 대표는 지난 4월 총선 때 서울 관악을에서 야권 경선단일후보가 됐다. 그런데 보좌진이 경선 여론조사 응답 조작을 기도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후보는 사퇴했다. 보좌진 3인은 지금 구속·기소되어 있고 이 대표도 검찰 조사를 받았다. 선거부정 파문으로 지역구 후보를 사퇴했던 이가 대통령 후보가 된 것은 정치도덕적으로 옳은 일이 아니다.

 출마 후에도 그의 선거운동은 정상적인 게 아니었다. 1·2차 TV토론에서 그는 지지율은 1% 미만이지만 법에 따라 3분의 1 지분을 누렸다. 그는 차분한 토론보다는 선동과 매도, 무응답, 특정 후보에 대한 과격한 정치적 공세 등으로 질서를 헤집어놓았다. 토론은 상당부분 이정희 원맨쇼였다. 대선 후 여야는 토론 참가 자격을 현명하게 제한하는 선거법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

 통합진보당은 주한미군 철수, 보안법 폐지 등을 주장한다. 지난 4월 총선 후엔 당의 종북주의 노선을 둘러싼 갈등 때문에 당이 쪼개졌다. 일부 의원은 애국가를 부정하기도 한다. 그런 당의 이정희 대표가 후보를 사퇴하면서 정권교체를 외쳤다.

 민주당은 정권교체를 지지하는 모든 세력과 국민연대 또는 대통합 공동정권을 추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범주에 통합진보당도 들어가는지 문재인 후보는 밝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