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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의 근대화|임천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자랑 치고 나이자랑처럼 시시한 것은 없다.
『어른도 몰라보고 그게 무슨 버릇이냐』하고 기염을 올려 보았댔자 요즘 대단하게 아는 이는 없을 것이다. 옛적에는 10년 이장칙형사지라 했지만 속 빈 강정처럼 든 것은 없는데 존장 행세만 하려는 것은 시대착오도 유분수이다. 자식이 아비에게, 제자가 스승에게 담뱃불 빌려 달라하는 세대인데 나이 자랑하게 되었는가 말이다.
나이를 먹으면 보수적이고 고집이 심하다해서 「조국의 근대화」에는 한푼의 가치 없는 무용지물시하고 세대 교체의 대상이 될 뿐 나이 자랑이 이로운 것은 없다. 그러나 과연 조국의 근대화 작업이 씨름판이나 권투장이 아닐진대 힘 (물리적) 많은 젊은이만이 이룩할 수 있고 연로자는 소용이 없다고 할 수 있을 것인가? 정계, 학계, 예술계를 막론하고 70, 80이 넘어서 비로소 그 시대를 주름잡는 예가 선진 국가에는 많고 보면 나이 먹었다해서 무조건 무시할 것도 아니다.
그러나 거기에는 거기에 이유가 있다. 쓸데없는 권위와 고집을 버리고 젊은이를 이해하고 젊은 세대에 뒤떨어지지 않게 배워서 젊은이와 호흡을 맞출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구두닦이 아이가 『할아버지, 구두 닦으세요』하면 내 나이 50이면서도 대답도 하지 않다가 「아저씨」하면 선뜻 신발을 내주는 심정은 늙어 가는 서글픔을 부인하려 하면서도 왜 그리 나이 자랑을 하려는 것일까.
국가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것은 나이의 노소가 문제가 아니다. 그러기에 『늙은이면 제일이냐』, 『머리의 피도 안 마른 게 무얼 아느냐』 하는 식의 대꾸는 있어서는 안 된다. 보수적이요, 완고하다해서 젊은 세대로부터 버림받지 않으려면 쓸데없는 자랑을 버려야하고 젊은이도 존장에게 담뱃불 좀 빌려주시오 하는 식은 버려야한다. <성업 공사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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