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 수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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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캐나다」의 한 사회학자가 「인간의 편견」에 관해 실험을 했다. 그는 여러 「호텔」 에 방을 예약하는 편지를 두통씩 보냈다. 한 편지에는「그린버그」, 그리고 또 다른 편지에는 「록·우드」란 가명을 달았다. 물론 편지의 내용은 똑같았다. 똑같은 봉투, 똑같은 문맥의 편지였지만. 그 응답은 아주 달랐다. 「록·우드」란 이름으로 낸 예약편지에 대해서는 숙박을 수락한다는 답장이 93%나 되었는데 「그린버그」에 대한 응낙은 불과 36%밖에 되지 않았다.
그 사회학자는 다음과 같이 그 원인을 이야기한다. 「그린버그」는 유태인의 전형적인 인명이다. 그러므로 유태인에 대한 인종적 편견을 가진 「호텔」주인들은 그 이름만 보고, 그와 같은 거절편지를 낸 것이다.
이렇게 돈이면 제일인 상인들도 부질없는 편견에 좌우되는 수가 많다. 유태인 가운데는 「아인슈타인」을 비롯하여 「스피노자」「모르건」 (부호) 같은 훌륭한 인물들이 부지기수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유태인에 대한 나쁜 편견을 고집하고 있는 것이다. 슬픈 이야기지만,구미의 여러나라틀 여행해보면 한국인에 대해서도 그들이 나쁜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알 수 있다.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같은 상품이라도 한국제라고 하면 신용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국산품이 엉뚱하게 일본제나 혹은 국적이 모호한 유령의 탈로 행세하고 있는 일이 있다. 상표를 조작한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메이드·인·코리아」 는 깨알만하게 숨바꼭질 하듯 숨어있는 것들도 있다.
한국제품이 엉터리이기 때문에 그런 것만은 아니다. 마치 「그린버그」란 이름을 믿어주지 않는「호텔」주인의 편견처럼 「코리아」에 대한 그릇된 선입견이 작용하고있는 탓이다.
앞으로 경제외교를 강화하리라고 한다. 외무부에 경제담당차관보를 파견하게 될 것이라는소식이다. 금년의 수출목표는 2억5천만불로 되어 있는데 무엇보다도 시급한 것은 「한국」 에 대한 외국인의 편견을 없애주는 일이 아닌가 싶다. 이 편견을 어떻게 불식하는가? 직접적인 경제외교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문화외교도 강화되어야한다. 「아리랑」의 민요가 세계에 퍼질 때, 우리들의 상품도 세계시장에서 춤을 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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