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한 시정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김종윤씨의 「여명」은 그 시상이나, 제재나, 수법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나는 이 작자가 가진 간곡한 「시정신」을 귀중히 여긴다. 그는 오늘의 가난한 현실 위에서도 「새날」을 맞이하려는 신념을 가졌다. 인고를 노래했다. 기원과 열전을 품고 조국을 껴안아 보는 사랑을 가졌다. 그것이 그 시정신을 높이 살린 요소들이다.
시조나 자유시를 물론하고 흔히들 낱말의 나열로써 시를 위장하려는 경향이 농후하기 때문에 더한층 이 「시정신」을 갖추라고 강조하고 싶다. 그와 동시에 나는 오히려 오늘 우리들의 시조 작품으로 생활의 실감을 노래하는 것이 많이 나오기를 바란다.
그런데 이번 응모자들 중에서는 앞날이 촉망되는 분이 많은 것을 기뻐한다.
윤우영 (서울), 장충섭 이선우 (영동), 김명인 최우정 (대전), 김종목 김상훈 정재익 김정자 (대구), 이용해 유자효 (부산)씨 등의 작품들도 각각 자기들의 시 세계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다만 모두 「말의 정리」가 부족했던 것이 유감이었다.
이번 심사에서 느낀 것은 이미 이와 같은 관문을 통과한 사람들의 응모가 더러 눈에 띈 것이다. 한번 당선된 이는 신인 발굴을 목적으로 하는 현상 모집에는 참가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다시 한가지 더 말하고 싶은 것은 한사람이 같은 작품을 가지고 신문마다에 투고하여 요행을 바라는 것은 문학하려는 사람의 높은 태도가 아니다.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기를 바란다. <이은상>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