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민 기자의 주얼리&워치] 차보면 알 수 있습니다, ‘투보가스’의 가치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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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펜티 투보가스 워치

다이아몬드가 촘촘히 박힌 수억원짜리 보석 시계를 마주했다. 새 상품을 언론에 소개하는 자리였으니 늘 하던 대로 차 보고, 거울에 비춰 보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남성인 기자의 손목에 걸어 보기엔 수억원짜리 보석 시계의 둘레가 넉넉하지 않아 보였다. 한 번 혹은 두 번 휘감아 돌려 손목에 착 감기도록 돼 있는 불가리 ‘투보가스’를 처음 마주한 자리였다.

그런데 걱정은 기자만의 것이었다. 제품을 소개하는 홍보 담당자는 거침없이 뱀의 머리와 꼬리를 붙잡고 똬리를 풀어 버렸다. ‘그럴 필요 없다’며 기자가 말릴 새도 없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쫙 펴진 시계는 보통 여성의 손목보다 1.5~2배는 굵을 기자의 손목에 찰싹 달라붙었다. 가는 손목의 여성에겐 가녀린 손목을 뽐낼 정도로 여유 있게 걸쳐질 것이고, 그보다 조금 굵은 손목의 여성에겐 안정감 있게 어울릴 만한 착용감이 예상됐다. 홍보 담당자의 거침없고 자신감 넘치는 손놀림이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대개 고급 시계·보석 브랜드엔 남들이 따라 하기 힘든 원석 가공 기술이 있다. 같은 재료가 더 훌륭한 빛을 내게 하는 방법이다. 한데 진정한 고급 주얼러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는다. 뛰어난 원석 가공 기술쯤은 오히려 이들에게 기본기일 뿐이다.

이런 보석이 더욱더 찬란하고 멋지게 빛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보석 혹은 시계를 둘러싸는 구조물 창작 기술이 뒷받침돼야 하고 진짜 최고급 주얼러는 이런 기술을 더 내세운다. 투보가스 시계의 팔찌 부분처럼 말이다.

한 번 감아 차는 투보가스엔 5m, 두 번 감는 것엔 10m의 금속이 쓰인다. 이것을 투보가스로 변신시키는 건 불가리의 장인 정신이다.

그래서 투보가스는 불가리의 자존심이다. 세공을 마친 다이아몬드의 영롱함, 기술적 완성도를 높인 시계의 완벽함은 오히려 기본에 속한다. 불가리 투보가스의 진정한 가치는 정교하고 우아한 팔찌 부분, 차보면 알 수 있는 예술적 완성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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