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은 흥행, 전북은 명분 … ‘10구단 전쟁’ 점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2면

프로야구 10구단 유치 경쟁의 총성이 울렸다. 부영그룹과 전북도(전주·군산·익산·완주)는 13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10구단 창단 선포식 및 협약식을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김완주 전북도지사와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이연택 10구단 창단추진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중근 회장은 “180만 전북도민들의 염원과 야구 팬들의 성원을 바탕으로 제10구단 창단의 꿈을 실현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KT-수원과 부영-전북도의 유치 경쟁이 시작됐다. KT와 수원시는 지난달 6일 10구단 창단 상호지원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처음에는 KT-수원이 한발 앞서나가는 것처럼 보였으나 전북도가 당초 추진했던 중소기업 컨소시엄 대신 대기업인 부영과 손을 잡으면서 예측불허의 접전 양상이 됐다.

 KT와 수원의 장점은 관중 동원 능력이다. 수원시의 인구는 115만 명이지만 인근 경기도민들까지 끌어들일 경우 숫자는 훨씬 늘어날 수 있다. 홈구장으로 쓸 수원구장은 서울에서도 멀지 않다는 이점이 있다. 모기업 KT도 든든한 존재다. 통신업체인 KT는 재계순위(2011년 자산 총액 기준) 14위로 프로농구단도 운영하고 있다. 수원시는 2000~2007년 현대 유니콘스가 홈으로 쓴 수원구장을 리모델링해 사용한 뒤 새 구장을 건립해 25년간 무상임대하겠다는 조건을 내놓았다.

 전북은 야구 붐을 위한 지역 안배와 균형 발전을 내세우고 있다. 전북은 이미 9개 구단 중 4개(두산·LG·넥센·SK)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며 “10구단마저 수원으로 간다면 ‘수도권 프로야구’가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김완주 도지사는 “미국 세인트루이스는 인구가 31만 명에 불과하지만 연고팀인 카디널스의 연간 평균 입장객 수는 300만 명을 넘는다”고 강조했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는 2011년 월드시리즈 우승팀이다.

 전북은 2만5000석 규모의 구장을 건립해 25년간 무상임대할 계획을 밝히는 등 수원에 뒤지지 않는 지원 방안을 내놓았다. 건설업이 주업종인 부영은 재계 30위로 자산규모(12조5438억원)가 KT(20조원)보다 적지만 부채비율 28.78%의 우량기업이다. 전주는 1991년부터 99년까지 프로야구 쌍방울 레이더스의 연고지였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조만간 10구단 참가신청서를 받은 뒤 평가위원회를 구성해 내년 3월까지 기업과 연고지를 확정할 예정이다. 10구단은 2013년 창단 후 2014년 2군 리그에 참여하고 2015년 1군 무대에 진입할 계획이다.

배중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