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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과47」의 여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유엔」의「극적 동 수 47대47」을 중공은 회심의 미소 속에 음미하고 있다. 중공은 50년 제5차「유엔」총회서 처음으로 중공 가입안이 토의되던 그 때부터 「유엔」의 권능 같은 건 안중에도 없다는 듯 자못 고자세를 취하면서 중공의「유엔」가입을 의해서는 먼저 중공을 침략자로 규정한 「유엔」결의가 철회되고「유엔」헌장이 개정되어야 한다고 버티어 왔다.
그러나 입으로는 이 같이 「유엔」의 존재를 백안시하는 중공도 내심으로는 중국을 대표하는「유엔」의 의석을 자유중국으로부터 낚아채려는 집념을 버리지 않았다. 근래에 와서 중공이「신생국가회의」(코네포) 라는 제2의「유엔」을 창설하겠다고 호언장담하고 나선 것도 결국은 스스로「유엔」가입의 계기를 만들려는 일종의「역 요법」이었다고「홍콩」의 한 중공 전문가는 주장했다.
말하자면 중공은 그렇게 협박 전술을 씀으로써「유엔」의「일국 일표」주의에 국제적인 위신을 걸고 있는「아시아」·「아프리카」의 신생국가들을 움직여 미국의 중공 가입저지 전술에 역습을 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공이 이번 총회의 중공 가입안 표결에서 드디어 반수의 지지세력을 확보하고 자유중국으로 하여금 그 의석 유지를 의한 과반수지지 획득에 위협을 느끼도록 한 것은「아시아」·「아메리카」에 대한 심리적인 효과를 노린 이 협박 전술의 힘이 적잖게 작용했다는 게 이「역 요법」이론의 골자다. 그러나 과연「유엔적시」의 이 전략이 주효할 것인지는 의문이다.
「홍콩」의 중공전문가들이 무엇보다도 관심을 쏟고 있는 것은 만약 미국이 이번 표결을 앞두고 중공 가입안의 부결을 위하여 공산 및 친공 국가들을 제외한 회원국들에「필사의 압력」을 넣지 않았더라면 어떠한 사태가 벌어졌을까하는 점이다.
물론 중공과 자유중국의 어느 쪽이 중국을 대표할 것 인지의 문제는 총회의「중요사항」으로서 3분의 2 다수결로 처리되어야한다고 미리 못박은 이상 이번 총회서 또는 앞으로 몇햇 동안 중공의 가입이 실현될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았다.
그러나 중공이 3분의 2의 가입선은 아니더라도 과반수를 훨씬 넘어서는 표를 얻었다면 그것이 미국과 자유중국에 미칠 충격은 굉장히 큰 만큼 중공은 이번 표결 결과에 대해 「그것보라」는 듯 자못 만족한 눈치다.
미국이 어떤 극적인 수를 쓰지 않는 한 중공의「유엔」 가입이 이제 멀지 않아 현실화할지도 모른다는 것이 이곳「업저버」들의 지배적인 견해이다.
「뉴요크·타임즈」나 「월터·리프맨」이 「유엔」 총회의 표결을 보고 다시금 중공가입지지를 표명한 것도 지난 15년 동안에 변모한 국제정치의「현실」을 긍정하자는 논리임은 말할 것도 없다.
미국과 자유중국이 받아들이기를 아직은 완전히 거부하고있는 이러한「현실」속에서 앞으로 일개의 「중국론」, 좀더 정확히 말하면「일개의 중국」(중공)과 「일개의 대만」(자유중국)론이 두드러지게 대두될 것이라고「홍콩」의「업저버」들은 예언하고 있다. 그것은 21차 총회부터는 중공 가입문제가 단순한「표수」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인·타협적인 해결책을 모색할 확실하기 때문이다. [향항에서 김영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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