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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정치 의식구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한국대학생의 과격한 정치행동을 규정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정식 교수(동대·정치학)는 20일 하오1시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열린 한국정치학회 월례발표회에서 학생의 정치의식구조를 분석했다. 군사정권 때 작성된 대학생 실태조사 보고서 (62년)가 3급 비밀에서 해제되어 자료로 쓰였다.
이 교수는 한국학생의 정치의식이 존립하는 상황으로서 문화 가치체계의 급격한 변화, 새로운 「리더쉽」의 요구, 대내 대외적 불안을 지적했다.
대학생의 정치의식 이전의 사회적 기본태도는 전통적 가치와 새 시대의 요구의 혼합 속에서 「딜레마」에 빠져있다.
또 그들은 대부분 심한 경제적 궁핍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사회적 소외감에 빠져있다. 이것은 과격한 불만의 요인이 되어있다. 그들의 일상생활의 목표는 건전한 생활, 마음 편하게 사는 것, 신망을 얻는 것, 국가 사회에 봉사하는 것의 순위다.
국가 사회에의 봉사는 서울이 9·6%, 지방이 16·2%로 국가에 대한 사명의식이 희박하고, 개인적인 안이한 성공을 원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대학생들의 걱정거리는 학비 경제문제, 장래의 성공, 취직 문제, 병역 문제의 순이며 정치문제로 걱정하는 학생은 4·3%에 지나지 않는다. 대학생의 의식에서 정치문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결코 크지 못함을 알 수 있다. 그들은 정치적으로 숙달된 사회화가 되어있지 않아서 정치적 사고가 완전히 자기중심적이다.
한국은 모든 후진국의 특징인, 세대간의 갈등이 심한데 이것이 정치적 불안을 자아내는 하나의 원인이 되고 있다. 학생들은 기성세대를 보수적, 봉건적, 기회주의적이고 사리를 추구하고, 창조력이 부족하고, 신인을 무시한다고 비난하면서도 절충과 타협이 가능하다고 보는 태도가 서울이 91·9%, 지방이 87·4%나 된다. 그들은 쉽사리 기성편에 붙어 동화해 버릴 가능성이 짙은 동시에, 세대간의 마찰, 전통의 파괴 없이 순조롭게 근대화를 이룰 가능성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사회적 기본태도 위에서 승화된 그들의 정치의식은 서구식 민주주의에 대해서 86%가 부정적 태도를 나타낸다. 부정적 태도를 취하는 이유는 『아직 기반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가 46%, 『문화적 성격의 차이 때문』이 30%다. 국가이익을 위해서는 자유민주주의를 희생시켜도 좋다는 태도가 33·2%다.
반공교육은 잘되어 있다. 대부분의 학생은 공산주의에 대해서 부자유 독재 공포 강제노동의 「이미지」를 갖고있다. 공산주의 사회를 「노동자의 낙원」으로 생각하는 학생은 0·9%에 불과하다. 북한의 공업이 남한보다 낫다고 보는 의견은 서울이 58·6%, 지방이 64·8%다. 그들이 생각하는 통일방안은 완전히 흩어져있다. 「데모」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태도가 13·4%, 되도록 참여하겠다는 것이 40%, 불필요하다는 의견이 45·9%로 반 이상이 정치참여의 준비가 되어있다. 이중에 30%정도가 과격한 행동파다. 그들은 자유당·민주당 정권에 4∼5점 (10점 만점)을 주고 군사정권에 8점을 준다. 혁명정부의 과감한 시책이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혁명정부에 높은 지지율을 보인 학생의 43·9%가 항상「데모」를 할 의사를 가지고있었다. 「데모」의 이유는 학사고시 반대가 으뜸으로 서울이 27%, 지방이 40·1%다.
이것은 한국 대학생의 정치의식이 사생활의 태도와 생활감정에 의해서 좌우됨을 말한다. 그들의 욕구불만, 대학생 신분대우에 대한 불만, 무질서에 대한 공포심은 소위 「선의의 독재」에로 기울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학생운동이 지나칠 만큼 정치화되었는데도 불구하고 그 성격과 가치관의 방향이 이와 같이 사상적 기반이 확고하지 못한 것은 해방 이후 짧은 기간의 폭 좁고 불안한 동인 때문이다.
여·야 정치인 국민은 모두 학생을 정치적 「심벌」의 조작자로 보는데 그들은 「심벌」 조작자의 기능을 이미 상실했다. 그들은 「엘리트」가 되고자 하나 소외된 입장에 있는 것이다. 정치적 압력집단이 없는 한국에서 학생이 압력집단 비슷한 정치적 대행역할을 통해서 정치에 파고들려고 하는 것이 두드러진 현상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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