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크라바트’전은…] 에르메스 폭 8㎝ 넥타이 기념전 … 디지털 아트 거장 슈발리에가 지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8면

1 ‘현대 디지털 아트의 거장’으로 불리는 작가 미구엘 슈발리에가 자신의 설치작품 안에 서 있다. 2 지난달 중순, 부산 우동 센텀시티 신세계백화점에서 열린 ‘8 크라바트’전시장 전경.

프랑스 브랜드 ‘에르메스’가 지난달 14일부터 엿새 동안 부산시 해운대구 우동 센텀시티 신세계 백화점에서 ‘8 크라바트(Cravates)’란 제목의 전시회를 열었다. ‘크라바트’는 프랑스어로 넥타이란 뜻. ‘현대 디지털 아트의 거장’으로 불리는 작가 미구엘 슈발리에가 주도했다.

 설치작가인 슈발리에는 전시를 위해 2개의 작품을 선보였다. 가로×세로 4m의 주황색 상자는 관람객들을 디지털 기호에 둘러싸이게 했다. 상자 속에 들어간 관람객은 수천 개의 디지털 기호가 자신의 동작에 따라 물결치며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상자 속에선 작곡가 야코포 실링지가 슈발리에의 작업에 맞게 만든 음악도 흘러나왔다. 슈발리에는 또 12페이지로 된 전자책도 만들어냈다. 흔히들 읽는 스마트 전자책이 아니었다. 슈발리에가 ‘버추얼 북’이라 이름 붙인 전자책은 책장 위에서 관람객의 손이 움직이면 그에 따라 환상적인 활자가 책장 위에 떠오르도록 고안됐다.

 작가에 따르면 이 활자들은 철학자인 크리스튼 비스클릭스만의 ‘은유적 텍스트’라고 한다. 버추얼 북에선 활자 조합 외에도 ‘싱글 노트’ ‘윈저 노트’ 등 넥타이를 묶는 다양한 방법도 함께 소개됐다.

 슈발리에는 최근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기존의 예술작품은 일방적인 전달이다. 하지만 내 작품은 관객이 직접 참여하고 소통해 완성된다는 면에서 패션과 비슷하다. 입는 사람, 타이를 하는 사람이 그것을 어떤 식으로 입고 매느냐에 따라 분위기, 모습이 전혀 달라지는 것과 같다”고 작품 창작 의도를 밝히기도 했다.

 이날 전시는 에르메스가 올 가을·겨울 상품으로 새로 내놓은 폭 8㎝짜리 8가지 무늬가 새겨진 넥타이 컬렉션 ‘H8’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대개의 신사 정장용 넥타이 폭은 가장 넓은 곳을 기준으로 9㎝ 정도다. 많은 패션 브랜드에서 폭 7㎝ 이하 짜리도 다양하게 나올 정도로 폭 좁은 넥타이가 많이 선보이는 요즘, 에르메스에선 8㎝를 주력으로 내세운 셈이다. 첨단 유행을 좇기엔 너무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유행을 아예 외면하기도 어려운 고객을 위한 안전한 타협 정도로 보인다.

 무늬에선 젊은 감각을 내세웠다. 좁은 타이가 중장년 세대보다는 젊은 층에서 더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걸 반영하듯, 폭은 많이 줄이지 않으면서 무늬에 ‘첨단’요소를 집어넣었다. 키보드나 USB, 케이블 같은 ‘디지털 시대’를 상징하는 것을 기호로 만들어 넥타이 무늬로 변신시켰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