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 대선토론 개선 요구 빗발

중앙일보

입력 2012.12.06 01:04

업데이트 2012.12.06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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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0.2%의 지지율. 그러나 발언시간은 33.3%.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한 첫 번째 대선 후보 TV토론에서 드러난 모순이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는 한국갤럽이 1일 지방신문협회와 함께 실시한 조사에서 지지율이 불과 0.2%였다. 당선 가능성을 따지기 어려운 상태다.

 하지만 발언 기회는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똑같이 3분의 1이 주어졌다. 유력주자들의 토론기회는 그만큼 줄어들었다. 0.2%짜리 후보는 또 “박근혜 후보를 떨어뜨리려고 나왔다”고 서슴지 않고 밝혔다. “나를 대통령으로 뽑아달라”고 유권자에게 호소할 것도 아니면서 토론에 나온 것이다.

 유권자들은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선관위와 토론 실무를 맡은 선거방송토론위원회 홈페이지에는 수백 개의 비판글이 올라왔다. “국민의 알권리를 묵살했다” “국민들이 이 후보의 개념 없는 막말을 듣고 싶어하겠나” “아이들과 같이 보기에 부끄러운 수준”이라는 등의 내용이다. 토론 방식에 대한 불만도 많았다. 한 유권자는 “쏟아지는 질문을 1분30초 동안 모두 답하느니 차라리 문제를 사지선다형으로 내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제도 정비를 주장한다. 명지대 김형준(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토론이 엉망이 된 걸 두고 이정희 후보만 탓할 게 아니다”며 “차제에 토론을 미국처럼 양자대결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미국에선 여론조사 지지율 15% 이상의 유력주자들이 토론을 벌인다. 토론이 승패의 주요 변수로 작용해 시청률도 웬만한 스포츠 중계보다 높다.

 양자토론이 진행되려면 현행 선거법상 TV토론 참여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 선거법 82조 2항에는 ①국회의원 5명 이상 정당의 후보 ②직전 대선과 총선 비례대표선거에서 3% 이상 유효득표율을 얻은 정당의 후보 ③선거기간 시작 전 한 달간 평균 여론지지율 5% 후보에게 TV토론 참여 자격을 주고 있다. 이 후보는 소속 정당이 국회에서 6석을 지니고 있어 참가 자격을 얻었다. 한 선거방송토론위원은 “지지율 기준을 10% 이상으로 상향하고 의석 기준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이런 의견이 처음은 아니다. 여야가 별로 신경을 쓰지 않다 이번에 이 후보 탓에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유일상 선거방송토론위원장은 “예전에 후보난립 문제를 고려해 토론 참여 자격요건을 강화하자고 여야에 건의했지만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고 했다.

 토론규칙을 어겨도 제재조항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이 후보는 사회자(신동호 아나운서)의 제지에도 주제와 상관없는 말을 하거나 다른 후보의 발언에 끼어들었다. 선거방송토론위원인 이상철(스피치학) 성균관대 교수는 “규칙 위반에 대한 제재를 담은 ‘TV토론 운영규칙’이라도 만들자고 했지만 불발됐다”며 “2차 토론 전에 사회자의 공개경고나 마이크 제한 같은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에 김미희 통진당 대변인은 “이 후보가 시원하게 잘 지적했다는 평가도 많았다”며 “그동안 TV토론을 거부해 온 박근혜 후보가 자초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정효식·손국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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