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해복구시스템, 금융 마비 1시간내 '회생

중앙일보

입력

#장면1=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에 입주해 있던 아메리카은행의 사무실과 전산센터가 지난 11일 테러공격으로 잿더미가 됐다.

하지만 이 은행은 테러 이후에도 전지점이 평상시와 다를 바 없이 정상운영됐다. 전산센터의 주요 자료가 파괴됐지만 다른 곳에 설치된 재해복구시스템(BRS, 백업센터)에 똑같은 자료를 보관해 두었기 때문이다.

#장면2=지난해 9월 D증권의 여의도 본사 사무실 5층 배관파이프가 터져 4층의 전산시스템 기계실에 물이 스며들어 주식거래가 중단됐다.

하지만 백업센터가 없어 주식거래는 이날 하루동안 할 수 없었다. 투자자들의 항의가 빗발쳤고 이 회사는 2천억원 정도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백업시스템을 갖춰라!"

모건스탠리 등 뉴욕의 세계무역센터(WTC)에 입주해 있던 주요기업들이 핵심시설이 파괴됐음에도 불구하고 바로 정상업무를 시작하자 재해복구시스템을 갖추려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 재해복구시스템 구축은 필수=세계무역센터에 입주해 있던 메릴린치.아메리카은행.모건스탠리 등 많은 금융기관은 이번 테러로 엄청난 손실을 봤다.

하지만 이들 금융기관이 테러에도 불구, 정상적인 영업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재난방지시스템을 완벽하게 구축했기 때문이다. 백업시스템은 주전산센터와 연결돼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주고받기 때문에 테러 뿐만 아니라 지진.홍수.화재 등으로 주전산센터가 피해를 입었을 때에도 즉각 가동된다.

일본에서도 지난 95년1월 발생한 고베지진 때 1천7백개에 달하는 금융기관.기업의 주전산기가 파괴되면서 복구체제가 미흡했던 많은 기업이 파산했다. 이후부터 일본의 시중은행은 백업센터를 구축, 재난에 대비했다.

◇ 국내 시스템 구축은 미약=삼성.LG.SK 등 일부 대기업만이 자체적으로 백업센터를 운영할 뿐 대부분의 기업은 위험천만한 '나홀로 전산망' 시스템을 고수한다.

게다가 최근 경기 침체로 기업들은 수백억원에 달하는 구축비를 감당할 수 없어 엄두도 못내는 실정이다. 때문에 외부기관에 백업센터 대행을 맡기기도 하지만 이나마 비용 때문에 일부만 활용할 뿐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곳은 중소기업들. 이와관련, 한국휼렛팩커드(HP) 관계자는 "이번 테러 사건 이후 전산 시스템 복구에 대한 중소기업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면서 "이를 토대로 백업시스템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할 예정" 이라고 말했다.

삼성SDS 관계자는 "은행의 경우 원본 데이터가 저장돼 있는 메인 센터가 붕괴되면 백업센터를 이용해 실시간 또는 1시간 내에 모든 데이터를 복구할 수 있다" 면서 "실시간이나 1시간 내에 복구가 요구되는 금융권 백업시스템은 한달 평균 5천만원 이상이 들어간다" 고 말했다.

◇ 재해복구시스템이란=백업센터라 불리는 재해복구시스템(BRS:Business Recovery Service)은 원격지에 별도의 전산센터를 세워 시스템.데이터 등 정보자산을 보호하고 재해가 발생하면 즉각 주(主)전산센터를 대체, 기업의 경영활동이 계속될 수 있도록 하는 체제다.

국내에서는 주요 시스템통합(SI)업체가 이와 관련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삼성SDS는 구미.과천.대덕 등 3개 전용센터를 운용하고 있고 SK C&C는 보라매공원 인근에 있는 정보기술연구원과 대덕연구단지에 전용센터를 구축했다.

LG-EDS는 부천에, 현대정보기술은 용인에 각각 백업센터를 두고 데이터를 이중으로 관리한다.

김종윤.김창규 기자 yoo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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