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명 여자울린 제임스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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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차에 교포 재벌2세, 황홀한 선물공세…. 안 넘어갈 수가 없었어요. "

재미교포 재벌2세로 가장한 30대 사기꾼에게 몸 뺏기고 돈 뺏긴 피해자 李모 (24.여.오케스트라 단원) 씨의 후회다.

李씨가 朴모 (31.무직) 씨를 알게된 건 지난달 15일밤 서울 한남동의 특급 H호텔 J클럽에서다. 칵테일을 마시던 李씨에게 접근한 그는 "대규모 재활클리닉 사업을 위해 두달전 귀국한 재미교포로 제임스박" 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미국.이탈리아.일본에서 프로야구 선수생활을 했다" 는 건장한 체격 (1m88㎝.90㎏) , "미국에서 거액의 자금이 들어온다" "미국에서 몰던 고급 스포츠카가 도착하면 지금 의 승용차는 네 것" 등의 거짓말에 李씨는 홀딱 넘어가고 말았다.

그는 다음날 목걸이.와인.초콜릿 등의 선물공세와 함께 청혼을 했고, 이를 받아들인 李씨는 몸을 허락했다. "사업 교제비가 필요하다" 는 말에 선뜻 신용카드도 건네줬다.

그는 李씨의 카드를 이삼일간 사용한도까지 흥청망청 썼다.

李씨는 朴씨가 갑자기 자취를 감춘 뒤에야 사기당한 사실을 깨달았지만 남은 건 막대한 액수의 카드청구서 뿐이었다.

사기 등 혐의로 18일 구속영장이 청구된 朴씨에게 농락당한 여성은 10여명. 모두 20대 중후반의 고학력 중상류층이었다.

朴씨는 경찰에서 "특급호텔 클럽에서 재미교포 행세를 하면 어떤 여자고 쉽게 넘어왔다" 고 말했다. 사기.절도 등 전과 5범인 그는 할부로 산 고급 승용차에 하루 60만원이 넘는 특급호텔 스위트룸을 이용하며 피해자들에게서 1억여원을 가로챘다.

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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