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대선 후보직 사퇴하자 강남권에 깜짝 매수세라니…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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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일기자] 지난달 말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 등 강남권 저층 재건축 단지에 아주 재미있는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거래가 안돼 매물만 쌓이고 있는데 깜짝 매수세가 있었다는 겁니다.

물론 재건축 시장 흐름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고요. 그래서 조인스랜드부동산 등이 매주 조사하는 시세 통계에도 잡히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쨌든 살까 말까를 고민하던 일부 매수자가 갑자기 계약을 하겠다고 나서고, 실제로 계약도 이뤄졌다고 합니다.

시장이 꽁꽁 얼어붙긴 했지만 그렇다고 재건축 아파트 몇 개 거래된 게 뭐 그리 재밌는 일이냐고요? 맞습니다. 그건 별로 재밌는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매수자가 움직인 시점이 재밌습니다. 바로 안철수 전 대선후보가 대선후보 사퇴를 발표한 직후라고 합니다.

11 23일이죠, 대선후보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힌 게. 바로 11 23일 이후 개포주공 등 저층 재건축에 대해 갑자기 매수세가 움직였다는 게 일대 중개업소의 공통된 설명입니다. 한 중개업소 사장의 말을 들어볼까요.

(23일 직후 계약한 사람은) 사실 계속 투자 여부를 고민하던 사람들이긴 하지만 안철수 대선후보가 사퇴했다면서 갑자기 계약을 하겠다고 전화가 왔더라고요. 이웃집(중개업소를 말합니다)에도 그런 사람이 몇 있었다고 해요.

사실 이 얘기를 듣고 얼른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안 전 대선후보와 개포주공 등 강남권 저층 재건축을 잇는 연결고리가 바로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안 전 대선후보의 후보직 사퇴 이후 매수세가 움직였다는 것은 안 전 대선후보가 저층 재건축 단지의 걸림돌이었다는 것인데, 안 전 대선후보의 부동산 관련 공약에는 저층 재건축과 관련한 구체적 내용이 없습니다.

공약 중 재건축 단지에 악영향을 미칠 내용은 금융규제 유지 입장 정도가 전부입니다. 그래서 한참 고민했습니다. 그러다 다른 중개업소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제서야 머릿속을 지나가는 게 있었습니다.

박 시장과의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말입니다. 박 시장은 지난해 취임하자마자 저층 재건축 단지를 옥죘습니다. 사업이 착착 진행 중이었는데 느닷없이 소형(전용면적 60㎡ 이하) 주택을 더 지으라고 강요했죠.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랐다?

그래서 재건축 사업은 줄줄이 멈춰섰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박 시장의 요구대로 소형 주택을 늘리기로 하고 사업을 다시 진행 중인데, 그거야 재건축 사업을 더 미루면 조합원 부담만 커지니 어쩔 수 없이 수긍을 한 측면이 크구요.

어찌됐든 서울 강남권에서 소형 주택 확대는 사업성을 저하시키는 요소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러다 보니 소형 주택 의무비율 적용을 받는 방식(이른바 ‘2 4 4 재건축’)으로 밖에 사업을 할 수 없는 저층 재건축 단지 값도 확 내렸습니다.

조인스랜드부동산 조사 결과 올 들어서만 12.3% 내렸네요. 같은 기간 7.6% 내린 중층 재건축 단지와도 확연한 차이를 보입니다.

이 같은 차이에는 여려 요인이 있겠지만 중층은 소형 주택 의무 비율 적용을 받지 않는 방식(이른바 ‘1 1 재건축’)이 많아 박 시장 영향을 덜 받은 원인도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남권 저층 재건축 단지에 있어 박 시장의 서울시장 당선은 결과적으로 ‘악재’였던 겁니다.

이런 박 시장을 보고 놀란 가슴을 안 전 대선후보를 보고 놀랐던 것 같습니다. 박 시장의 서울시장 당선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게 안 전 대선후보였으니까요.

지난해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를 통해 두 분이 성향이 비슷하다는 것을 증명했고 그런 두 분이 한 분은 대통령, 한 분은 서울시장이라면…. 강남권 중층 재건축 단지 입장에서는 악몽이나 다름 없을 겁니다.

그러니 안 전 대선후보의 후보직 사퇴가 강남권 중층 재건축 단지에는 ‘호재’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안 전 대선후보의 후보직 사퇴가 실제로 강남권 중층 재건축 단지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는 두고봐야 하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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