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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의『용호』…적전포진|「베트공·이잡기」첫 작전|「날르는 탱크」포탄세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월남전쟁은 이미 월남만의 전쟁이 아니었다. 5천의 청룡해병이「캄란」만에 얼룩철모를 누비고 1천여 맹호선발대가「퀴논」만에 상륙했을 때 더욱 그러했다. 한달 전만 해도「캄란」과「퀴논」은 속초나 주문진 같은 포구. 지금은 미국의 최대 군사보급기지로 변해가고 있다. 미국이 내디딘 적극전의 두 중핵을「청룡」과「맹호」가 맡게 되는 것이다.
기자는 8일 청룡부대와 함께「캄란」에 상륙, 미군의 특별호의로 미공정대 투하기에 탑승, 1시간동안「캄란」「퀴논」작전을 취재했다. 특히 맹호부대가 자리잡을「퀴논」에선 미 해병대의「헬리콥터」작전에 동행하여 고무나무「정글」에서 벌어지는「베트콩」소탕전을 보았다.
「퀴논」앞 바다엔 LST와 LCU로 메워있었다. 1만 톤 이상의 거대한 화물선이 가득했다. 부둣가에「케리버」수송기가 도착한 것은 하오2시-. 각종 전략물자가 작은 부두를 가라앉힐 듯 했다.「돈」과「사람」의 전쟁그대로였다.「캄란」도 매한가지였다.
「캄란」은 천연의 양항-. 반도가 자연 방파제를 이루어 그 속엔 20여 척의 화물선이 전략물자를 풀고 있었다.
인구는 2만9천-. 거리는 온통 전쟁「붐」을 노리는 뜨내기 장사치의 판잣집이 즐비했다. 한국해병이 먼지 속을 뚫고「캄란」반도 숙영지로 향할 때 어린이들은 길가에 늘어져「헬로」「오케이」를 연발했다.
밤이면 밤마다 콩볶듯하는 총소리로 소란스러웠다.
38도, 끓기 때문에「코카콜라」가 등장-. 맹물에 색소와 당분을 섞어 달러를 노렸다. 먼지투성이 속엔 자연 세탁소가 늘어섰다. 1만 피트가 넘는 골주로 길이의 공군기지 세 군데나 공사가 벌어졌다. 삿갓을 쓴 노동자들이 무표정 속에 노동을 하고 있다.「캄란」기지를 떠나「케리버」수송기는 하오3시「퀴논」에 닿았다.
먼지와 갈증은 마찬가지였다. 세 겹, 네 겹의 호위 속에 도심에서 13킬로 떨어진 맹호기지로 달렸다. 야영 이틀에 매일 밤 VC(베트콩)와 교전을 벌였다.
맹호 수색대원은 첫날밤부터 달밤에 개를 끌고 기어든 VC와 조우-. 밤 9시 반부터 자정까지 총격전을 벌였다. 피아 손실은 없었다. 이튿날부터 박격포 사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수색 중대원들이 위험을 무릅쓰고「정글」속을「스크린」해 들어가고 있었다.
맹호 기지 남북 쪽엔 월맹군을 포함한 정규「베트공」1개 연대씩이 준동하고 있고 곳곳에 지방「게릴라」의 뿌리가 깊다는 정보였다.「퀴논」은 호지명의「게릴라」본향-.
토지가 비옥하고 평야가 많아 VC가 끈덕진 곳이다.
15세부터 50세까지는 모두다 VC라고 보는 것이 옳다는 견해였다. 9일 하오 3시 반 기자는 맹호기지 정지작업장 숲 속에 내린 미 해병대 소속「헬리콥터」9대 중 1대에 올라탔다.
맹호부대 주둔지를 보다 안전하게 자리잡아 주기위한 일대의 소탕전에 나선「헬리콥터」 들이다.
곧장 이륙한「헬리콥터」편대로「벤진」성일대에 작전을 벌이기 시작, 기자가탄「헬리콥터」의 양켠 문이「드르륵」열리면서 기관총신이 밖으로 내밀렸다.
좌우 사수는 모두 방탄조끼를 껴입고 탄약상자에 주저앉아「정글」속을 뒤지기 시작했다.
1천 피트의 저공으로「정글」을 뒤지는「헬리콥터」편대는『나는「탱크」』같이 유효하게 화력을 퍼부었다.
눈 아래 깔린「정글」은 10월1일 전까지만 해도 완전히 VC(베트콩)장악아래 떨어졌던 곳, 어찌나 화력으로 퍼부었던지 25야드 간격으로 포탄세례가 안간 곳이 없었다.
공중에서 보기에 도포에「정글」이 벌렁까져 빨간 흙을 드러내고 있었다. 민가는 텅텅비었고, 불교기지와「카톨릭」기지가 이웃하여 누워있다. 조종사는 지상과 부단히 교신, 이때기관총 사수가「벨트」에 꽁꽁동인 기자를 툭치며 지상을 가리켰다. 눈아래 연기가 올랐다. 지상에선 콩볶아대듯 했다. 지상「정글」「이잡기중」이라고 일려준다. 이 작전중「헬리콥터」4대가 VC의 대공 화력에 맞아 희생됐다.
제1기갑사단 병력을「헬리콥터」3편대로「퀴논」항에서「안케」까지 소송을 끝내 버렸다는「헬리콥터」의 위력, 눈 아래 월남 1번 국도가「나트랑」까지 뻗쳐있다. 1번 국도를 가로질러 유명한 19번 도로(월남횡단도로)가 놓여 있었다.
낮에는 아군이, 밤에는 VC가 손아귀에 쥔다는 동맥선이다.
「헬리콥터」는 45분 작전임무 중 기자를「퀴논」기지에 내려 놓고 다시 올랐다.「프로펠러」를 완전「스톱」시키지 않고 기자를 내려 놓을 만큼 전투는 숨가빴다.

<상륙 5분전>
「D데이」「H아워」는 서서히 다가왔다. 정군의 항로 2천 마일에 닻을 내리는 새벽이었다. 8일 상오2시 아침식사-.
『상륙군 전원은-』 연신 지휘관의「마이크」소리가 내를 긴장시켰다. 밖은 아직 칠흑바다-.「캄란」반도남단의 등대 불이 명멸할 뿐 야트막한 산등성이가 시꺼멓게 드러누워 있다. 야포가 산 뒤쪽에서 터졌다. 포성은「스크루」소리에 묻히고 섬광만 뿜어 올랐다. 전장의 긴장감이 함내를 끼얹었다.
함상은 쥐 죽은 듯 하나, 해안이 뿌옇게 밝아오기 시작- 미군병영의「라이트」가 개똥벌레처럼 반짝인다. 야릇한 불빛들이 유령처럼 깔려있다. 상오 6시「캄란」해안이 환히 밝았다. 모래밭은「익조틱」한 관광지가 영락없건만 그 내륙 쪽「정글」쪽은 심상치가 않다.
상오 6시반-「앵커」는 내려졌다. 아름다운「캄란」만의 부두가 시야에 들어왔다. 10여척의 화물선들이 고촉광을 뿜으며 거선을 맞는 채비를 서둘렀다.
한때 항만에 먼저 도착한 선발대로부터 연락이 왔다. 오늘 상륙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아직 대군을 맞을 준비가 안됐다는 것-. 때마침 금요일이라서 더욱 불가-. 24시간 외항에 정박령이 내렸다.
선발대로 먼저 와있던 정태석 참모장은『「베트콩」이 해안에서 미군병을 난자하여 살해한 사건이 있었다』고 경계「메시지」를 함내에 방송했다. ⓛ음료수 조심 ②「말라리아」예방 ③「솔트·타브레트」(알소금)복용 ④민간인 접촉금지, 10월9일 상륙개시-.「레이션」3「복스」와 탄약이 지급됐다.
상오 8시 신 대사 등 고위환영객이 부두를 메웠다. 완전무장, 중대 기를 앞세운「얼룩철모」의 해병은 늠름한 모습으로 상륙, 자유의 십자군은 네 번째 막강의 전투력을 내렸다. 상승 「청룡」의 그리메가「캄란」만을 덮던 날 이곳 수은주는 섭씨 38도. 대지는 타고 있었다. <월남「캄란」기지 상륙정에서>

<항해 일지>
10월 3일(일요일) 청
아침바다는 강풍을 받고 있었다. 뽀얀 먼지가 스산한 부두를 덮었다. 장도를 비는「테이프」가「마스트」께로 던져졌다. 전장으로 떠나보내는 제3부두는 일요를 잊고 회오리쳤다. 상오10시 1만8천 톤의「가이거」호가 부두를 미끄러졌다. 15분 뒤 1만3천 톤의 「엘팅게」호도 3부두를 떴다. 전투부대는 부산출항-.
해병「밴드」는 「더·롱게스트·데이」를 연주했다.
고동이 울리자 아낙네들은 철조망을 부여잡고 늘어졌다.「데크」에서는 일제히 함성이 울렸다.「가는 정 보내는 정」이 뒤엉킨 목멘 함성-. 악기를 들고 부두까지 뛰어든 행운(?)의 김안태(28)씨는 형인 김안영(35)상사가「케빈·윈도」로 얼굴을 내밀자「신스고·마티니」를 「트럼핏」이 찢어지라고 불어 댔다. 외항을 훨씬 벗어날 때까지 함상에선「-돌아오마 부산항」-「황포 돛대」등 유행가가 울러 퍼졌다.
10월 4일(월요일) 담
거함도 태평양에 뜨고 보니 일엽편주- 망망대해엔 수평선뿐이었다.「엘팅게」호는 인천 상륙 작전에 참가했던 함정이라 했다.「안남미」가 첫 식탁에 올랐다. 장교식당은 나무랄데 없었지만 사병급식이 말이 아니었다. 안남미 한 접시에 우유 한 병. 수세식 변소엔 사용금지표지가 붙었다. 여단장 이봉출 준장은 이 보고를 듣고 눈물을 흘렸다.
이 준장은 항의와 함께 사병식당에서 같이 식사하겠다고 미군 측에 통고했다. 효과는 백퍼센트-. 사병식당엔「버터」와 빵이 오르고 고깃국과 계란도 나왔다. 변소는 물론 「샤워」도 사용허가-.
10월 5일 (화요일) 청
순항이었다. 태양이 좌현에서 떠 우현으로 떨어지는 속에 하루가 갔다. 배는 14노트- 하루 3백 마일을 달린다 했다.
10월 6일(수요일) 청
남지나해를 지나면서 갑판은 열탕으로 변했다. 조국의 가을은 역전- 다시 염세의 포로가 됐다. 장병들은 쩔쩔끓는 철갑판위에서 총기분해가 한창-. 상어떼가 지나갔다.
10월 7일 (목요일) 청
기적적이라 할만큼 남지나해는 자있었다. 순항, 순항- 이 단장은「마이크」를 통해 전장병에게「상륙 24시간전 훈시」를 내렸다. 상륙직전에 물건을 훔쳐야 액운을 면한다는 미신이 있어 함장은 전전긍긍(?)-. 해병대「긴바이」정신이 나올까봐 헌병들도 초긴장. 아예 「스페어」숟가락을 내놓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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