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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3시 매머드 위량|내일을 위한 시정 카르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양도 모르는 대식가>
3백50만 서울시민이 하루 무얼 얼마나 먹고 쓰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다. 서울의 살림을 맡은 주부 「서울시 당국자」들은 서울의 위량에 관한 한 아는 것 보다 모르는게 더 많다. 식량수급계획이고 월동 계획이고에 나오는 숫자는- 상주인구가 몇 명, 1인당 1일 소비량을 얼마로 잡으면 곱해서 이만한 양을 먹고 쓸것이라는 문서장의 숫자이다. 실제 현물이 어디서 들어와 어디에 소비되는지는 『솔직히 말해서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서울은 이렇든 저렇든 살아가고 있다. 그렇게 추산해서 서울은 쌀 1만3천 가마(트럭으로 3백25대분), 소와 돼지 약 5백 마리(62트럭), 수산물 1백85톤(46트럭), 채소와 청과 2백「톤」(50트럭)과 70만 톤(23만 트럭)의 물(수돗물은 40만톤)을 하루에 거뜬히 먹어치우는 거인이다. 물론 이 속엔 닭·오리·달걀·아낙네들이 이고 오는 조개 류·담수어- 새벽 3시부터 지게로, 또는 손수레로 실어오는 소채나 과일 등은 들어 있지 않다.

<변덕 잘 부리는 쌀값>
서울 사람들은 경기미를 찾는다. 윤이 자르르 흐르고 맛이 좋다해서 인기가 있는 경기미는 그러나 전 소모량의 불과 2할 가량- 그 밖의 것은 주로 삼남지방에서 철도편으로 들어온 것으로 이 쌀값은 변덕을 잘 부린다. 그때마다 쌀 소동이 나고 또 농림부장관의 감투가 들먹이고, 서울시가 시민을 위해서 서울에 쌓아 두는 쌀은 10여 일분 각 가정이 반달 치 가량은 갖고 있을 터이니 급한 사태가 벌어져 고립돼도 한달은 견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가수요는 셈에 넣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서울시는 보관하기 힘든 백미보다 현미로 50만 가마쯤 쌓을 수 있는 창고를 지었으면 하고 있다.

<차 타고 오는 우공들>
천릿길을 걸어 한양에 오던 소장수 얘기는 이젠 옛말- 서울에 오는 소의 약 70%가 화차나 「트럭」을 타고 온다. 그중엔 울릉도나 제주도에서 배편으로 출가하는 것도 있고…. 일단 마장동 소 시장에 모인 육우는 7백50여 식육상에 팔려 시내4개도 도살장으로 흩어진다. 한 마리의 도살에 소요되는 시간은 단 8분, 그 8분의 수수료는 크든 작든 1천4백70원정- 지방에선 「등심」을 치지만, 서울 사람들은 「갈비」를 상품으로 안다고 말하는 서울축산기업조합 천태식씨는 전체 맛으론 울릉도 소를 당할게 없다고 했다.

<자칫 손보는 어물 장수들>
남해산 상어(유어)는 얼음덩이를 입에 물고 급행화물 열차를 타면 10여 시간만에 서울에 도착한다. 냉동화차가 없어 생선하나 하나에 얼음을 채워 들여오는 이른바 「화차떼기」는 2등 대우-동해나 서해산은 대개 밤새「트럭」으로 서울역 뒤 중앙 수산시장에 모여든다.
이렇게 모인 생선은 「손가락 경매」를 거쳐 50∼60명의 중간상인에게 넘겨지고 거기서 5∼6푼의 이윤이 붙어 다시 소매상에 돌아간다. 같은 물건이라도 도착시간에 따라 값이 다르고 함께 닿았다 해도 진열의 순서에 따라 30개 매장이 천차만별이 된다고 한다.
입하가 늘어날 때 오후엔 원가보다 싸게 파는 경우가 많고-이런 시세의 격차를 막기 위해 상인들은 전보나 장거리전화로 원산지의 출화를 「콘트롤」하고 있지만 그것이 제대로 들어맞지 않아 시민들이 득을 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변동 심한 청과시세>
월 40여 회의 시세등락이 있다는 청과시장의 긴박감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새벽에 들이닥친 산더미 같은 과일을 상하기전에 처리하기 위해 경매인 앞에 늘어선 중간 상인만도 80여명, 1화차 7백 궤짝쯤의 사과라면 30분 안에 거뜬히 팔아 버리고 만다. 이렇게 중간 상인에 넘어간 청과가 식탁에 오르는 것은 생선과 마찬가지.
정월의 진주 산 「오이」를 「스타트」로 2월의 순천 참외, 4월의 김해 「토마토」를 거쳐 9∼10월 하양·영천의 능금과 청도의 「침시」를 받아넘기면 금방 김장철-「때」와 「철」에 민감한 서울의 「입바라지」는 눈코 뜰 새 없다고 관계자는 말했다. 그러나 청과나 수산물이나 이 중앙도매시장을 거치는 것은 겨우 2, 3할 정도라니 거인의 위량은 정말 알수 없는 노릇이다.<찬> 【차회는 황금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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