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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비의 수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이젠 구문이지만, 지난달 초에 월남「퀴논」에서 「베트콩」20명을 생포한 미 해병 장교 하나가 사문위에 돌려진 일이 있었다.
사건 내용은 이랬다. 「베트콩」을 발견해서 일거에 처치하려던 찰나에, 적은 「퀴논」부근 산에 여러 갈래로 뚫린 동굴 속으로 기어 들어가 버렸다. 보통 같으면 이것은 천만다행한 일로서, 굴속으로 수류탄을 던져 넣든지 화염방사기를 쏘아 넣으면 일은 거뜬히 끝나고 만다.
그러나 「아터」중령의 적은 보통 적이 아닌 「베트콩」이었기 때문에 수류탄이나 화소방사기를 쓸수가 없었다. 「베트콩」이 굴속으로 도망쳐 들어갈 때 3백90명의 부녀자와 어린아이들을 함께 몰고 들어간 것이다. 그렇다고, 「베트콩」이 제발로 걸어 나오거나 자진해서 양민을 놓아 줄 것을 무작정 기다리고 앉았을 도리도 없었다.
지난봄에 미군이 최루「개스」를 썼을 때 세계각처에서 일어난 소동을 족히 알고 있었을 「아터」중령은 눈 딱 감고, 그 굴속으로 CN이라는 최루탄을 쏘아 넣었다. 그래서 양민은 살고, 「베트콩」은 일망타진된 것이다. 미군으로서는, 또 지난봄과 같은 소동이 날까 두려워서 「아터」중령을 조사한다는 것이었겠지만 그후 별 말썽이 일어나지 않았고, 실상 「아터」중령은 가장 인도적인 조치를 취했던 것이다.
각설하고. 「아터」중령이 잡은「베트공」과 지금 우리합동 추격대에 쫓기고 있는 소위 안동살인간첩의 수법에는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4천 마일이나 떨어진 두 곳의 공비들이 똑같이 양민들을 걸고 넘어간다는 것이다. 안동 간첩은 「베트콩」보다 더욱 악랄하다. 이들이 아카시아」를 먹고있던 네 명의 한가족에게 덤벼들어 부녀를 권총과 단도로 죽이고 모자를 납치해 간 것이 지난달 27일, 그로부터 1주일 후에는 납치 당했던 여인의 시체가 발견되고 능욕 당한 흔적마저 보였다니 더할 말이 없고, 아직까지도 두 살난 어린아이의 소식이 묘연하니 통곡할 노릇. 이제 와서 공비들에게 인도와 인정의 존귀함을 호소해도 허사이니, 공비는 쥐잡듯 잡아 없앨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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