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역이 왜 노원구에 헷갈리는 서울 지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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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동대문은 본래 동대문구에 속했지만 75년 행정구역 개편으로 관할권이 종로구로 넘어갔다. 성북역도 주소지가 성북구에서 노원구로 바뀌었다. [중앙포토]

동대문(흥인지문)은 어느 구청 소관일까. 상당수가 ‘동대문구’를 떠올릴 것이다. 이름이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답은 종로구(창신동)다. 성북역도 마찬가지다. 얼핏 ‘성북구’가 생각나지만 답은 노원구(월계동)다.

 서울 시내 주요 건축물이나 기차역, 학교 중에는 이름만으로 소재지를 미뤄 짐작하면 안 되는 경우가 제법 있다. 소재지가 ‘알쏭달쏭’한 이름이 많은 것이다. 1943년 서울에 구(區) 제도가 처음 도입된 이후 10차례 구 확장과 개편이 진행되면서 생긴 현상이다.

 성북역의 호적은 꽤 복잡하다. 1911년 경원선 연촌역으로 시작해 63년 성북역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성북구 관내에 있다는 게 우선 고려됐다. 또 경원선 열차가 서울 도성 밖 북쪽 방향으로 첫 번째 정차하는 역이라는 의미에서 ‘성북(城北)’이란 이름이 붙었다는 설도 있다. 73년에 성북역이 있던 월계동이 도봉구로 편입됐다. 그래서 성북역은 한동안 도봉구에 속해 있었다. 이후 88년 도봉구에서 노원구가 분리되면서 지금은 노원구 관할이 된 것이다.

 박상호(49) 성북역 부역장은 “지금도 역무실을 찾아와 성북동사무소는 어디 있는지 묻는 사람이 왕왕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노원구청이 주최한 성북역 벽화 그리기 행사 때는 일부 언론에서 ‘성북구 주민들이 벽화를 그리고 있다’고 보도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이 때문에 노원구는 지난해 역명을 바꾸려고 했다. 주민 공모까지 받아 ‘광운대역’으로 변경하려 했지만 안 됐다. 유명숙 코레일 홍보과장은 “심의 결과 광운대가 역에서 500m 넘게 떨어져 있어 ‘광운대역’이라고 이름 붙이기 부적절하다는 결론이 났다”고 설명했다.

 동대문은 1975년 이전까지만 해도 동대문구 관할이었다. 하지만 75년 행정구역이 조정되면서 동대문구의 창신동과 숭인동이 종로구로 편입됐다. 자연스레 동대문도 종로구 관할로 넘어간 것이다. 인근의 동대문시장은 중구 관할로 편입됐다.

 엄인준 동대문구 언론팀장은 “43년 동대문을 중심으로 구가 만들어지면서 동대문구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정작 동대문이 우리 관할이 아니라는 게 늘 아쉽다”고 말했다.

 학교 이름과 관할 구청이 일치하지 않는 사례도 많다. 54년에 개교한 관악고는 관악구가 아닌 영등포구에 있다. 관악구가 영등포구에서 분리되기 전에 영등포구에 있던 관악산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중구에 있는 성동고도 본래 성동구 문화동에 있었지만 70년 문화동이 신당5동으로 변경된 데 이어 75년 중구로 편입되면서 이름이 ‘미스매치(miss match)’됐다.

 금천구 시흥동은 경기도 시흥시와 실제로 관련이 있다. 시흥동은 과거 경기도 시흥군의 중심지였던 시흥리였다. 64년 시흥리가 영등포구로 편입되면서 시흥동이 됐고 시흥군은 89년 시로 승격됐다.

최종혁 기자

[바로잡습니다] 11월 29일자 17면 ‘성북역이 왜 노원구에, 헷갈리는 서울 지명’에서 코레일이 성북역의 명칭 변경 여부를 심의한 것으로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코레일은 이와 관련해 공식 심의를 진행한 바 없기에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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