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여인 때문에 … 워싱턴 정가 들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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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라이스(左), 클린턴(右)

‘두 여인’ 때문에 미국 워싱턴 정가가 들썩이고 있다.

 한 명은 ‘세계의 외교장관’으로 불리는 미 국무장관 직을 4년 만에 스스로 그만두겠다고 해서, 또 한 명은 후임자로 가장 유력한데 야당인 공화당의 반대가 거세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65) 국무장관과 수전 라이스(48) 유엔 주재 미국대사 얘기다.

 라이스는 27일(현지시간) 워싱턴 의회 의사당에서 공화당의 존 매케인, 린지 그레이엄, 켈리 에이욧 상원의원을 만났다. 마이클 모렐 중앙정보국(CIA) 국장 대행도 자리를 함께했다. 공화당 의원 3인방은 라이스가 국무장관 후임자로 떠오르자 지난주 공동 성명을 내고 반대 입장을 밝혔었다. 지난 9월11일 리비아 벵가지 영사관 피습사건 직후 라이스가 “이슬람 모독 영화에 의해 촉발된 우발적인 사건”이라고 주장했다는 이유에서다. 알카에다가 연루된 명백한 테러사건을 의도적으로 축소하려 한 만큼 국무장관으로는 부적절하다는 논리였다. 이날 만남은 라이스가 직접 세 의원에게 당시 발언은 정보당국의 초기 정보를 토대로 한 발언이라는 점을 해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하지만 1시간가량의 비공개 만남이 끝난 뒤 그레이엄 의원은 “솔직히 오늘 만남으로 의구심이 오히려 더 커졌다”고 했으며, 에이욧 의원은 “라이스의 국무장관 임명을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선 고위공직자 인준권을 상원이 가지고 있다. 특히 상원의원 중 단 한 명이라도 보류(홀드)를 걸 경우 인준 절차가 중단된다.

 문제는 1995년 빌 클린턴 대통령의 외교안보 특보를 지냈고, 2008년 대선 때 선거캠프에서 외교안보 참모로 일한 라이스에 대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신임이 각별하다는 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백악관 핵심 인사는 “라이스가 여전히 국무장관 후보 중 최우선 카드”라고 말했다. 공화당 내에선 흑인인 라이스가 고집이 세고, 강성 인사란 점에서도 반대 의견이 많다. 그런 만큼 오바마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경우 공화당과의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라이스가 논란의 중심에 선 반면 힐러리 클린턴 장관은 2016년 차기 행보와 관련해 화제의 중심에 섰다.

 블룸버그통신은 클린턴이 4년 재임 동안 전 세계 100개국 이상을 방문한 미국의 첫 국무장관이라는 기록을 남겼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26일자 1면 머리기사와 함께 10면 전면을 할애한 특집기사에서 클린턴의 2016년 대선 출마 가능성을 집중 분석했다.

 클린턴 장관은 18일부터 2박3일간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을 타고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에 마지막으로 동행했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부보좌관은 “추억여행”이라고 표현했다. 그동안 “대선이 끝나면 쉬면서 잠을 푹 자고 TV를 여유 있게 보고 싶다”고 말해 온 클린턴 장관은 다음 달께 국무장관 직을 사임할 예정이다. 미 언론들은 “클린턴이 인기의 정점에서 스스로 국무장관 직을 그만두는 건 2016년 대권 도전을 앞두고 재충전할 시간을 갖기 위한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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