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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현대미술과 유석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전문가라야만 일가견이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뜻밖에도 세상에 알려지지 못한 전문가도 있다. 비단 취미로서가 아닌 학문의 경지에까지 미치는 이들의 존재는 그런 대로 이채롭다. 「베드루」병원장 유석진(46)박사도 아주 엉뚱한 분야에서 일가견을 말하는 한 분이다. 현대미술에 관한 한 그는 자기 나름의 「눈」을 가지고 있다. 그 「눈」도 따지고 보면 이제는 고인인 이중섭 화백의 정신병 치료를 맡아보았던 것을 계기로 틔기 시작했던 것이다. 『추상화를 그리는 심정을 이해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흔히 근자의 회화는 봐서 좋으면 되지 않느냐고 한다. 하지만 그는 『봐서 좋도록 만들어야한다』고 다짐한다. 「피가소」를 누구나 다 좋아하는 까닭은 「정확한 표현」에 있기 때문이다. 인체를 「데상」하더라도 선 하나 하나에 작가의 심상이 드러나 보는 이로 하여금 감동케 해야 한다.
그의 말을 빌면 『화가가 극치에 달하면 심리학자나 마찬가지다』 인생 속에 파묻혀 있는 진실을 가식 없이 파헤쳐 낸다면 그건 누구에게나 큰 감동을 준다는 것이다.
유 박사의 관심은 실사적 구상 보다 얘기가 있는 추상에 있다. 거기에는 작가의 미의식과 인생관 즉 인격이 자유롭게 투사되기 때문이라 한다. 일상생활에서 억압된 상태의 잠재의식이 그림에는 노출된다.
그러나 그런 그림을 보는 정신의학자의 눈은 다르다. 정신분열증이 잠재해 있을 땐「주목되는 작가」지만 그 도를 넘으면 그림 마저 병적이다.
그가 화가 이중섭씨에 관심이 지대한 것은 바로 그 점에서다. 그의 치료를 맡으면서 유 박사는 현대미술을 공부하게 됐고, 그림을 통하여 한 화가의 불행한 일생을 읽어가게 되었다.
그러나 단 한가지 한국미술인 들에 대해 『대부분이 자기바탕을 숨기고 그림을 만들려 하는 것 같다』고 못박듯 덧붙인다.<의박 「베드루」병원장><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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