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라야만 일가견이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뜻밖에도 세상에 알려지지 못한 전문가도 있다. 비단 취미로서가 아닌 학문의 경지에까지 미치는 이들의 존재는 그런 대로 이채롭다. 「베드루」병원장 유석진(46)박사도 아주 엉뚱한 분야에서 일가견을 말하는 한 분이다. 현대미술에 관한 한 그는 자기 나름의 「눈」을 가지고 있다. 그 「눈」도 따지고 보면 이제는 고인인 이중섭 화백의 정신병 치료를 맡아보았던 것을 계기로 틔기 시작했던 것이다. 『추상화를 그리는 심정을 이해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흔히 근자의 회화는 봐서 좋으면 되지 않느냐고 한다. 하지만 그는 『봐서 좋도록 만들어야한다』고 다짐한다. 「피가소」를 누구나 다 좋아하는 까닭은 「정확한 표현」에 있기 때문이다. 인체를 「데상」하더라도 선 하나 하나에 작가의 심상이 드러나 보는 이로 하여금 감동케 해야 한다.
그의 말을 빌면 『화가가 극치에 달하면 심리학자나 마찬가지다』 인생 속에 파묻혀 있는 진실을 가식 없이 파헤쳐 낸다면 그건 누구에게나 큰 감동을 준다는 것이다.
유 박사의 관심은 실사적 구상 보다 얘기가 있는 추상에 있다. 거기에는 작가의 미의식과 인생관 즉 인격이 자유롭게 투사되기 때문이라 한다. 일상생활에서 억압된 상태의 잠재의식이 그림에는 노출된다.
그러나 그런 그림을 보는 정신의학자의 눈은 다르다. 정신분열증이 잠재해 있을 땐「주목되는 작가」지만 그 도를 넘으면 그림 마저 병적이다.
그가 화가 이중섭씨에 관심이 지대한 것은 바로 그 점에서다. 그의 치료를 맡으면서 유 박사는 현대미술을 공부하게 됐고, 그림을 통하여 한 화가의 불행한 일생을 읽어가게 되었다.
그러나 단 한가지 한국미술인 들에 대해 『대부분이 자기바탕을 숨기고 그림을 만들려 하는 것 같다』고 못박듯 덧붙인다.<의박 「베드루」병원장><석>석>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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