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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현대판 "가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무허가 건축물의 증가를 「일단정지」 시키기 위해 마련된 무허가 건물 등록 필증이 건물매매 때는「등기증」구실을 하는가 하면 문밖에 붙여 놓으면 잃어버리는 일이 많아 일종의 귀중품 취급을 당하고 있다.
지난 3월l5일을 기준으로 그 이전에 건축된 무허가 건축물에 일제히 배부된 「알루미늄」으로 된 조그마한 4각형 등록필증은 제조비가 한 개에 6원. 어떤 곳에서는 20원씩 수수료를 받았다고 말썽을 일으키기도 했으나 원칙적으로 시에서 무료로 배부했다.
그러나 3월15일 이후에 세운 무허가 건축자들이 헐리지 않기 위해 몰래 떼어 가는 일이 있어 일부 지역에서는 낮에는 대문에 붙여 두었다가도 밤에는 떼어 들여놓는가 하면 신촌 굴다리 앞 판자촌 같은 데서는 아예 방안에 가보처럼 모셔두는 곳도 있다.
이 「필증」이 붙어 있는 일종 공인된 무허가 건축물은 총 15만4천4백62동, 서울시내 전 가옥 수 48만여 호의 거의 3분의 l에 육박하는 막대한 숫자인데 시에서는 이를 7년 내에 단계적으로 철거하여 영세민 「아파트」나 기타 정착지에 이주시킬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예로 보거나 예산상 도저히 가까운 시일 내에 전면 철거가 불가능 할 것이라고 느낀 일부 입주자나 복덕방에서는 매매할 때 이 필증을 마치 등기증이나 공증서 취급을 하기도 한다. 이「필증」에는 번호나 각기 구별할 수 있는 표지가 없기 때문에 동사무소에는 비록 관계대장이 있다고 해도 되찾기가 힘들며 어떤 곳에서는 새로 세운 큰 무허가 건물에 조그마한 판잣집의 필증을 집 값을 몽땅 주고 사서 버젓이 달아두는 일도 있다고 어떤 구청의 한 관계자는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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