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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공무원, 적십자에 반기 “올해 회비 모금 협조 않겠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충북도와 대한적십자사 충북지사의 껄끄러운 관계가 공무원노조의 적십자회비 모금 중단 발표로 악화일로로 치닫게 됐다.

회장 선출 과정에서 공방을 벌였던 두 기관은 상임위원직 거부, 도지사의 회장 취임식 불참 등으로 맞서며 4개월가량 갈등을 빚고 있다. 이런 가운데 27일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 충북지역본부가 기자회견을 열고 “관행처럼 이뤄졌던 적십자회비 모금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적십자사 충북지사의 업무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전공노 충북본부는 “그동안 법적 규정이나 근거도 없이 공무원들이 적십자회비 모금에 동원됐던 것이 오랜 관행”이라며 “10여 년간 이뤄진 잘못된 관행에서 벗어나야 할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적십자사 충북지사와 전공노 충북본부는 2004년 여섯 가지 개선안을 담은 합의서를 작성했다. 합의서에는 ▶적십자회비 모금 목표액 할당 금지 ▶실적 공개 금지 ▶고시서 교부방법 개선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전공노는 “모금이 어려워 이장들이 마을 공동기금으로 회비를 내는 등 강제 모금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도 크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전공노는 적십자사 충북지사, 충북도지사를 기부금법 위반으로 고소한다는 방침이다.

 전공노는 기자회견에서 해마다 충북에서 모금하는 회비 16억원 가운데 구호·복지활동에 쓰이는 돈은 10%가량으로 나머지는 직원들의 인건비로 쓰인다고 밝혔다. 적십자사 직원 인건비 확보에 공무원들이 동원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전공노는 “회비가 어디에 쓰이는지, 회비 모금에 공무원이 나서지 않을 개선책이 있는지 밝힐 것을 요구했지만 (적십자사에서) 답변이 없다”고 했다.

 이와 관련, 적십자사 충북지사 고위 관계자는 “예산 사용내역은 홈페이지에 모두 공개하고 있다”며 “모금액의 10%만을 사업비로 쓴다는 전공노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적십자사는 전공노가 허위 사실을 발표하고 있다며 법적 대응에도 나서기로 했다. 현행 적십자사 조직법에는 정부나 자치단체가 성금 모금에 협조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매년 행정안전부가 각 시·군에 협조공문을 보내고 있다는 게 적십자사의 설명이다.

 갈등의 중심에 서 있는 이시종 충북지사는 지난 26일 열린 간부회의에서 “적십자회비는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사용하는 만큼 회비 모금에 관심을 갖자”고 당부했다. 이 지사의 발언을 놓고 충북도는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좋은 일을 하는 데 어떻게든 도움을 주자는 순수한 취지라는 게 충북도의 설명이다. 올해 적십자회비 모금이 차질을 빚으면 적십자사 충북지사 회장 선출 과정에서의 갈등을 이유로 자칫 ‘충북도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충북지사는 지난 8월 이시종 충북지사에게 신임 회장 후보자를 추천받았지만 갑자기 경선을 통해 성영용 회장을 선출하면서 충북도와 갈등을 빚었다. 이후 충북도는 당연하게 맡았던 상임위원직을 거부해 각각 독자 행보를 걷고 있다.

 한편 전공노 충북본부에는 충북도와 충주시, 보은군을 제외한 충북지역 10개 시·군 노조가 가입해 있다.

◆대한적십자사=구호와 지역보건, 사회봉사, 혈액사업 등을 추진하는 기관으로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설립한 대한적십자회를 모체로 출범했다. 전국에 14개 지사를 두고 있으며 혈액원과 병원을 운영 중이다. 전시에는 국군의 의료보조기관으로 부상자를 치료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적십자사 충북지사에는 회장(무보수 명예직)과 13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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