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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피죤’ vs ‘일본 피죤’ 10년 만에 동지에서 적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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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한국 피죤이 일본 피죤과 협력관계를 끝내고 상대 영역에 진출해 치열한 경쟁을 할 예정이다. 두 회사 관계가 ‘동지’에서 ‘적’으로 바뀐 것이다. 한국 피죤은 생활용품 전문 기업인 ㈜피죤을, 일본 피죤은 유아·수유용품 전문업체인 ‘피죤 가부시키가이샤’를 가리킨다.

한국 피죤과 일본 피죤은 1999년부터 2010년까지 10여 년간 유지돼 온 유아용품 수입판매 계약을 2010년 1월 31일자로 종료하기로 했다. 한국 피죤은 세제와 유연제·생활용품에 집중하고, 유아용품은 일본 피죤 것을 들여와 파는 계약이었다.

두 회사의 인연은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 피죤은 90년대 초반부터 한국 시장 진입을 시도했다. 한국 피죤은 상표권 다툼을 하기보다 협조 관계를 구축하고 핵심역량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에 99년 이 회사와 계약을 했다. 한국 피죤은 유아용품 일부 제품에 대해 ‘피죤’이란 이름으로 국내 상표권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우선은 생활용품에 집중해야겠다고 생각해서다. 두 회사는 이름은 같지만 일본 피죤이 57년에 먼저 생겼다. 이후 섬유 유연제 피죤을 개발한 이윤재 회장이 78년 일본에 피죤이란 회사가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피죤을 회사 이름으로 정했다.

두 회사 간 감정이 틀어진 것은 중국 시장 때문이다. 한국 피죤은 92년부터 글로벌 경영을 표방하며 중국에 ‘피전(碧珍)’이란 브랜드로 진출했지만 영어 이름도 병기해야겠다는 생각에 2005년 상표권 등록을 시도했다. 그 결과 일본 피죤이 자신이 거의 생산하지 않는 세제와 유연제·생활용품 등에 대해 2000년 ‘피죤’이란 상표를 먼저 등록해 버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두 회사가 협력 관계를 구축한 지 얼마 되지 않는 시점에 뒤통수를 쳤다는 사실에 분개한 경영진은 계약 기간이 만료되자마자 재갱신을 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일본 피죤이 만드는 유아용품 시장에 독자적으로 진출하기로 했다. 기존에 이미 생산하던 유아용 섬유원제와 세제 ‘피죤 베이비’와 함께 신제품으로 유아용 유연제·물티슈, 젖병 세정제, 수유용품·스킨케어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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