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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환의 도쿄에세이]일본 울린 '사요나라 할아버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사요나라 (안녕) , 사요나라, 사요나라. "

일본 영화팬들은 15일 밤 TV아사히의 일요양화 (洋畵) 극장을 통해 지난 11일 작고한 영화평론가 요도가와 나가하루 (淀川長治.89) 의 마지막 인사말을 접했다.

요도가와가 숨지기 하루 전 녹화한 영화평을 담은 이 프로그램은 평소보다 훨씬 높은 20%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영화평 끝에 "사요나라" 를 세차례 연발하는 모습이 트레이드 마크였던 요도가와의 쉽고도 자세한 해설을 이제 다시 대할 수 없다는 아쉬움 때문일 것이다.

고교 졸업 직후 영화잡지 기자가 된 이래 반세기 넘게 영화평론가의 외길을 걸어온 요도가와. '사요나라 할아버지' '영화의 신' 으로 불리며 사랑받아온 그에 대한 추도 열기는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매스컴들은 그의 삶을 조명하는 특집을 연일 내보내고 있고 문화계 인사들은 그를 추도하는 모임 '사요나라회' 를 곧 발족한다.

지난 9월 타계한 영화감독 구로사와 아키라 (黑澤明)에 버금갈 정도의 추도 분위기다.

영화감독도 아닌 평론가가 이같은 대접을 받는 것은 국민생활속에 영화를 심어온 요도가와의 공적 때문만은 아니다.

스스로를 '영화의 충복' 으로 불러온 그의 프로정신을 문화인들은 잊지 못한다.

한달 전 신부전증으로 쓰러져 병원 신세를 지면서도 그는 영화 관련 집필.강연을 하는 투혼을 발휘했다.

자기 일을 천직으로 여기는 프로페셔널들이 각 분야에 즐비하고 또 그들을 높이 평가할 줄 아는 일본 사회의 분위기는 국민생활의 질을 높이는 두 축이라는 생각이다.

오영환 도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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