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3일 별세한 김종필(JP) 전 국무총리를 조문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김 전 총리에게는 국민훈장 무궁화장이 추서됐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5일 브리핑에서 “김 전 총리의 추서 문제는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준비되는 대로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한다”며 “문 대통령이 ‘유족에게 애도를 표하라’고 김 장관에게 지시했다. 대통령의 조문은 이것으로 갈음한다”고 밝혔다.
이날 결정은 문 대통령이 직접 내렸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방러 기간 중 조화를 보낸 뒤 한병도 정무수석을 통해 애도를 표했다”며 “의도치 않게 문 대통령의 조문 여부가 논란이 일자 대통령이 객관적 기준에 따라 직접 조문은 하지 않는 쪽으로 결정해 통보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실제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 취임 후 직접 조문을 간 적이 없다”며 형평성이 판단의 기준이 됐음을 시사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훈장 추서의 적절성에 대해서도 ‘전직 총리에 대한 예우 차원’으로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돌아가신 전직 총리 네 분 중 이영덕ㆍ남덕우 전 총리는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 받았고, 박태준 전 총리는 청조근정훈장을 받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결정에 따라 김부겸 장관은 이날 JP의 빈소를 찾아 유족에게 무궁화장을 전달했다.
문 대통령의 조문 여부는 “(대통령이) 오실 것으로 보인다”는 이낙연 국무총리의 발언 이후 정치적 논란이 됐다. 이 총리는 지난 23일 1시간 20분여 조문을 마친 뒤 “(JP는) 현대사의 오랜 주역이고 총리였기 때문에 공적을 기려 정부가 소홀함 없게 모시겠다”며 문 대통령의 직접 조문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총리실에 조문 여부에 대한 의견을 전달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답했다. 다른 관계자도 “조문을 하든 하지 않든 모두 해석의 소지가 있는데 총리가 왜 괜한 정치 문제로 비화시켰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총리실 관계자는 “총리가 (청와대에서) 뭔가 듣고 말한 것이 아니라 추측으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과 JP는 활동했던 정치 시기가 달라 개인적 인연은 거의 없다. 다만 JP는 말년에 문 대통령에 대한 독설에 가까운 평가를 했다. 지난해 대선 직전 자유한국당 후보였던 홍준표 전 대표를 만나 “뭘 봐도 문재인이가 돼서는 안 되겠다”며 “문재인이가 얼마 전에 한창 으스대고 있을 때 한 소리가 있어. 당선되면 김정은이 만나러 간다고. 이런 놈을 뭐를 보고선 지지를 하느냔 말이야”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대선 전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JP에 대해 “노련하고 노회한 은퇴 정치인”이라며 “언제 JP인데 지금도 JP인가. JP는 오래전의 고인 물”이라고 평했다.
강태화ㆍ윤성민 기자 thk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