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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고] 연작시 ‘산정묘지’ 쓴 조정권 시인 별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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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조정권 시인

조정권 시인

연작시 ‘산정묘지’를 쓴 조정권(사진) 시인이 8일 오전 지병으로 별세했다. 68세.

1949년 서울에서 태어나 69년 박목월의 추천으로 등단한 고인은 연작시 30편을 묶은 91년 시집 『산정묘지』로 주목을 받았다.

“겨울 산을 오르면서 나는 본다./ 가장 높은 것들은 추운 곳에서/ 얼음처럼 빛나고,/ 얼어붙은 폭포의 단호한 침묵.”

첫 번째 시편이 이렇게 시작하는 ‘산정묘지’ 연작시는 즉각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모더니즘의 언어 감각에 동양적인 정신의 깊이를 결합해 정신주의의 한 전범에 도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단은 그에게 김수영문학상과 김소월문학상을 동시에 안겼다. 2000년 프랑스에 번역 출간돼 호평받기도 했다.

양정고, 중앙대 영어교육과에서 공부한 고인은 건축·예술 전문 잡지 ‘공간’의 편집부장,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의 문학·미술부장을 거쳐, 경희사이버대 미디어문예창작과 석좌교수를 지냈다. 『신성한 숲』 『허심송(虛心頌)』 『시편』 등 9권의 시집을 냈고, 현대문학상·김달진문학상 등을 받았다.

유족으로 부인 주경희씨, 두 딸 채린·혜린씨, 사위 정준영(미치과 원장)·배호남(초당대 교수)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2호실, 발인은 10일 오전 8시다. 한국시인협회 시인장으로 장례가 치러지며 용인공원 묘원에 안장된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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