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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한 민정수석 '항명 사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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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김영한 민정수석 [청와대사진기자단]

김영한(58·사진) 청와대 민정수석이 9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하라는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의 지시를 거부하고는 갑자기 사퇴해 파문이 일고 있다. 김 실장은 운영위 전체회의에서 여야가 김 수석을 출석시키기로 합의하자 김 수석에게 국회에 출석하라고 지시했었다. 운영위는 이날 ‘정윤회 문건’에 관한 비선 실세 국정개입 의혹을 다루기 위해 소집됐다.

 김 수석의 항명(抗命) 사퇴와 관련, 김 실장은 운영위 답변에서 “여야가 합의해 국회 출석을 요구했고, 비서실장 지시에 공직자가 응하지 않는다면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김 수석의 사표를 받고 대통령에게 해임을 건의하겠다. 민정수석은 정무직이고 정무직은 해임하는 게 최대의 문책 조치”라고 밝혔다. 사퇴 이유에 대해 김 수석은 “민정수석이 국회에 출석하지 않는 게 관행인 만큼 나쁜 선례를 남기지 않겠다. 문건 유출 사건 이후 임명돼 사건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데도 나의 출석 여부가 쟁점이 되는 건 정치공세이니 차라리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의 항명은 전례를 찾기 힘든 일로, 12일 신년 회견을 앞둔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민 대변인은 “이번 상황은 청와대로서도 예상치 못했던 돌발상황”이라며 “해임을 건의하는 등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수석의 항명 사퇴로 청와대 인적쇄신론도 다시 불이 붙을 조짐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박완주 원내대변인은 “박 대통령과 박근혜 정부가 정말 걱정스럽다”며 “공직기강의 문란함이 생방송으로 전 국민에게 중계된 초유의 사태”라고 비판했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도 기자들에게 “상당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교사 등 포함시키는 문제 신중 검토”

새누리당 법사위 간사인 김진태 의원은 “사립학교 종사자와 언론기관까지 적용 대상에 넣은 것은 지나친 과잉입법”이라며 “공직자에 국한돼 있던 청렴의무를 전 국민의 절반 가까이로 확대시키는 건 헌법상 기본권 침해의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적용 대상 범위를 좁히고, 직무 관련성과 관계없이 처벌하는 액수(현재는 100만원 초과)를 상향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노철래(새누리당) 의원도 “여론에 떠밀리는 식의 입법은 곤란하다” 고 말했다.

 찬성을 표한 여야 의원들 가운데도 “언론계와 사립학교 종사자를 포함시키는 문제는 신중하게 검토하겠다”(이병석)거나 “공직자 대상 범위가 넓다는 생각이 든다”(새정치연합 임내현 의원)는 의견이 나왔다.

 이날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는 현재 대통령 친·인척과 청와대 비서실장·수석으로 국한돼 있는 특별감찰관의 감시 대상을 국무총리·국무위원·감사원장·국정원장·검찰총장·공정거래위원장·금융위원장·국세청장·경찰청장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신용호·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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