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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에 맛나요] 불꽃 튄 캠퍼스 와인 최강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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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낭만에 취하기에 와인만 한 술이 또 있으랴. 와인의 계절이 오면 대학들은 동문과 귀빈들을 위한 선물을 준비한다. 와인 라벨에 대학 마크를 붙인 ‘캠퍼스 와인’이다. 2003년 고려대가 처음 도입한 뒤 현재 서울에서만 7개 대학이 캠퍼스 와인을 출시하고 있다. 대학의 각종 기념일과 행사 홍보용, 동문들에게 판매하는 선물용으로 주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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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의 캠퍼스 와인은 뭘까. 본지는 와인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아 서울대·고려대·연세대·KAIST·서강대·한국외대·중앙대·숙명여대 등 8개 캠퍼스 와인을 평가했다. 지난 8월 한국 국가대표 소믈리에로 선발된 오형우(The Scent 수석기자) 소믈리에, 박경태(와인365 이사) 소믈리에, 강다솜 마트와인 정복기 운영자, 정보경 와인OK닷컴전문기자, 김도윤 고려대 와인 동아리 ‘소믈리에’ 회장이 평가단으로 참여했다.

'천재'가 빚은 서울대 와인 … 터프한 숙대 와인
홍보나 동문 판매용으로 만든 와인
8개 대학 제품, 전문가 5인이 평가
‘복면가왕’식 대결, 서울대가 우승

 평가는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TV 예능 프로그램인 ‘복면가왕’ 형식으로 진행됐다. 테이블에 대학별로 8잔의 와인을 놓고 토너먼트 방식으로 서로 일대일 승부를 벌인 뒤 패배한 와인은 학교·라벨을 바로 공개했다. 색깔·향·맛·지속성·전체적 인상 등 다섯 가지 부문에서 평가단의 합계점수로 승패를 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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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인 고연전’의 승자는 연세대=8강전의 빅게임은 사상 최초 ‘와인 고연전’이었다. 고려대 와인 동아리 회장인 김도윤씨가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어떤 와인의 손을 들어줄지도 관심거리였다. 평가 결과 연세대 와인의 총점이 고려대 와인보다 높았다. 아이러니하게도 김씨는 연세대 와인에 더 높은 점수를 줬다. 김씨는 “재대결은 없느냐”며 아쉬움을 드러냈지만 승부를 되돌릴 순 없었다. 반면 오형우·박경태 소믈리에는 고려대 와인을 더 좋게 평가했다. 오씨는 “와인의 향과 맛이 클래식하면서도 묵직하다”며 “야성적인 고려대의 이미지와 잘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뒤이어 올해 개교 97년(중앙대)과 109년(숙명여대)을 맞은 전통의 학교들이 맞붙었다. 두 대학 모두 역사가 깊은 유럽 와인이 아닌 ‘신흥 강호’ 미국 와인을 선택했다는 것도 의외의 요소였다. 결과는 숙명여대 와인의 승리. 중앙대 와인은 “편안하지만 깊이 있는 맛으로 초보자와 매니어 모두 좋아할 수 있는 와인”이란 평을 받았다.

 KAIST 와인은 서울대 와인과 박빙의 승부를 벌인 끝에 3점 차로 아쉽게 졌다. 강다솜씨는 KAIST 와인에 대해 “알코올 향이 강하고 투박한 느낌이 마치 공대생 같다”는 재밌는 의견을 내놨다. 정보경씨는 “부드러운 타닌과 입안에서 느껴지는 산도·당도의 균형감이 우수하다”며 “토마토 소스 파스타와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설명했다.

 ‘최고가(6만5000원·서강대) 대 최저가(2만원·한국외대)’ 대결로 눈길을 끌었던 승부에선 이변(?) 없이 서강대가 이겼다. 박경태씨는 “(한국외대 와인은) 긴 여운을 남기는 보르도 와인의 특성이 뚜렷해 와인을 배우려는 사람은 꼭 마셔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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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서울 신사동 와인바 ‘Gastro591’에 모인 대학와인평가단. 왼쪽부터 박경태ㆍ김도윤ㆍ오형우ㆍ강다솜ㆍ정보경씨. 사진 김성룡 기자

 ◆최고의 캠퍼스 와인은 서울대=숙명여대와 연세대가 겨룬 4강전 첫 경기에선 연세대 와인이 탈락했다. “세련되고 섬세한 연세대의 이미지처럼 부드럽고 매끄러운 질감의 와인”(강다솜)이지만 “무난하고 개성이 부족하다”(정보경)는 의견도 나왔다.

 서울대 와인과의 승부에서 패배한 서강대 와인은 가톨릭 계열 학교와 잘 맞는 와인이란 평가를 받았다. 박경태씨는 “14세기 교황청이 임시로 자리를 잡았던 프랑스 남부 아비뇽이 서강대 와인의 포도 산지”라며 “라벨에 교황청 문장이 새겨져 ‘교황의 와인’이란 별명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망의 결승전. 테이블 위엔 서울대 와인과 숙명여대 와인, 두 와인만이 남았다. 신중하게 와인을 맛보는 평가단 사이에서 “승부를 가리기 어렵다” “(어느 와인이 이기든) 취향의 차이에 불과하다”란 말들이 터져 나왔다. 결과는 서울대 와인의 승리. 오형우씨는 “서울대 와인은 스페인의 ‘젊은 와인 천재’라 불리는 알바로 팔라시오스가 토착 품종인 멘시아(Mencia)로 만든 와인”이라며 “수재들이 모여 있는 서울대와 어울리는 선택”이라고 극찬했다. 아쉽게 준우승한 숙명여대 와인에 대해 정보경씨는 “여대의 와인답지 않게 거친 힘이 느껴진다”면서 “세계 최고급 와인 생산지(나파밸리)의 와인을 골랐다는 점에서 숙대가 화려한 도약을 꿈꾸고 있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서강대 와인 즐겨=캠퍼스 와인의 차별화를 위한 대학들의 노력도 돋보인다. 고려대는 프랑스 론 와인기사단으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은 박현진 식품공학과 교수가 와인 선정에 관여했다. 숙명여대는 서수경(환경디자인과 교수) 대외협력처장이 직접 와인 라벨을 디자인한다. 레드와인 말고도 화이트·스파클링 와인까지 다양한 제품군을 보유한 중앙대는 매년 2월 총장단 회의를 열고 와인을 고른다. 서강대는 와인에 조예가 깊은 예수회 신부들이 와인 선정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서강대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 동문 모임에 참석하면 항상 서강대 와인으로 건배 제의를 했다”고 전했다.

 캠퍼스 와인의 연간 판매량은 대학마다 2500~8000병 정도다. 지난 9월 출시된 서울대 와인은 두 달 만에 약 6000병이나 팔려나갔다. 대학들은 와인 한 병을 판매할 때마다 일정 금액을 장학금이나 학교 발전기금으로 적립한다. 서강대는 올해까지 캠퍼스 와인을 판매해 장학금 2억원을 마련했다. 2007년부터 와인을 판매하기 시작한 한국외대는 지난해에만 3900만원을 적립했다.

 대학과 계약을 맺은 와인 수입사가 캠퍼스 와인의 유통·판매를 맡는다. 나라셀러(서울대·연세대·KAIST), 신동와인(고려대), 동원와인플러스(숙명여대) 등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신경미 나라셀러 홍보팀장은 “수능을 앞두고 금융권 PB들이 고3 자녀를 둔 고객들에게 주는 선물용으로도 인기가 높아졌다”고 했다.

장혁진 기자, 김정희(고려대 사학과) 인턴기자 analog@joongang.co.kr

음식 상식 홍합 속살이 오렌지빛을 띠면 암컷이다

홍합은 10월 하순부터 겨울까지 제철이다. 싱싱한 홍합은 껍데기가 서로 단단하게 입을 다물고 있고 흑갈색 광택을 띠며 부딪쳤을 때 맑은 소리가 난다. 속살이 오렌지빛을 띠면 암컷이고 크림색이면 수컷이다. 암컷이 더 맛있다고 하지만 맛은 산지·시기에 더 좌우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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