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없는 불통에 네티즌 울화통

중앙일보

입력

인터넷으로 업무 대부분을 처리하는 서울 강남의 A여행사는 지난달 31일부터 나흘간 일을 완전히 잡쳤다. 오전 9시 느닷없이 초고속통신망이 끊겨버리면서다.

다음날 출시하려 했던 해외 배낭여행.신혼여행 등 새 상품 소개를 전혀 못했고, 해외 거래처를 통한 호텔.비행기표 예약도 국제전화로 대신하느라 법석을 떨어야 했다.

여행사 홈페이지로 일정을 안내하기로 하고 해외로 내보낸 배낭여행객들로부터는 홈페이지가 끊기면서 욕설.항의전화와 배상요구가 빗발쳤다.

낭패를 당한 A여행사측의 항의에 초고속통신 서비스회사인 H사는 "망(網) 증설공사 때문" 이라며 "홈페이지를 통해 통신망 불통을 미리 알려줬다" 고 우겼다.

그러나 H사 홈페이지 확인 결과 예고했다는 것이 거짓말로 드러나자 H사는 "전송망 관리업체가 공사 사실을 뒤늦게 알려줘 미처 고지못했다" 고 말을 바꾸었다.

A여행사 관계자는 "나흘간 입은 손실이 족히 1천만원" 이라며 "미리 알려주기라도 했다면 이렇게 큰 피해를 당하지는 않았을 것" 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경기도 분당 B유치원은 지난달 말 학부모들을 초대해 어린이들의 홈페이지 개설을 기념하는 파티를 열었다가 망신만 당했다. 인터넷 서비스사인 T사로부터 당일 인터넷 공급이 끊긴 것.

최근 e-메일이 불통되면서 거의 성사된 해외 거래가 깨진 한 무역업체의 사례도 있다. 가정에서는 인터넷으로 주식거래를 하다 갑자스런 인터넷 두절로 제때 사고 팔기를 못해 피해보는 일도 속출한다.

인터넷 전용선이 아닌 케이블TV선을 이용한 초고속망(현재 네곳) 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미 1백50만명에 이른 가입자가 계속 불어나면서 전국에서 하루 평균 20여 지역에 전송망 증설공사가 이뤄지고, 그때마다 해당 지역의 통신망이 사전 두절된다" 는 게 한 업체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의 약관에는 이 경우 최소한 이틀 전 가입자에게 알려주도록 돼있다. 하지만 이를 어길 경우 별도의 규정이 없어 망을 관리하는 업체(파워컴) 나 공급업체가 예고를 소홀히 해 가입자만 골탕먹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한 서비스업체는 "가급적 가입자에게 e-메일을 통해 예고하려 하지만 한전에서 분사한 파워컴측이 공사 사실을 제대로 통보하지 않아 모르고 지나갈 때가 많다" 고 주장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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