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장 특화산업] 충북 단양 '방곡 도자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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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령을 통과하는 국도를 타고 남쪽으로 20㎞ 가량 진행하면 충북 단양군 대강면 방곡리 도예마을에 이른다.수리봉(해발 1천19m)기슭의 산간오지인 이곳은 최근 산업현장이면서 관광명소로 떠오르는 곳이다.

방곡도예촌에서는 지난달 18일 방곡도자공예교육원 준공에 맞춰 ‘제1회 방곡 장작가마축제’를 열었다.도예인은 물론 관광객들의 관심도 많아 인구 1백60여명인 이곳 마을에 축제 3일 동안 마을이 생긴 이래 최대 인파인 8천여명이 찾았다.

교통이 불편한 오지에서 열린 첫 축제에 엄청난 인파가 몰려 대회 관계자들을 흥분케 했다.

일반인들은 도자기 하면 여주 ·이천을 떠올리지만 이곳은 가스가마 등 현대화 시설을 거부하고 전통적인 장작가마를 고집하는 것이 특징이다.장작가마를 사용하는 도예인들이 국내에 더러 있기는 하지만 촌락을 이룬 곳은 이곳이 유일하다.

방곡도예촌의 역사는 17세기 조선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이곳은 도자기 원료인 사토(모래섞인 흙)와 물토(사토 중 밀도와 순도가 높은 것)가 풍부한데다 그 품질도 전국 최고로 꼽혀 백자와 분청사기 주산지로서 시장까지 형성됐었다.

그러나 1960년대 이후 서양식기에 밀려 50여개의 도요지가 사라지고 방곡도요 한 곳만 명맥을 유지해왔다.

단양군은 1994년부터 이곳을 관광자원으로 육성한다며 도예인을 유치하는 등 도예촌 중흥에 나섰다.전시판매장(방곡도예원) ·옹기공원 ·통나무휴게실이 마련되면서 97년까지 전통 도요가 12개로 늘었으며 일부는 일본으로 수출된다.최근엔 숙박시설을 갖춘 도자공예교육원이 문을 열었다.

현재 업체당 연간 소득은 1억∼2억원 정도로 영세한 편이다.그러나 지난 봄 중소기업청으로부터 내고장특화산업으로 지정되는 등 제2의 부흥기를 맞고 있다.

단양군은 2003년까지 20억원을 들여 ▶전통도예체험 민속마을▶건강증진센터▶도자기 사토장 등을 조성하는 한편 도자공예교육원 시설을 보강하고 입주 도예업체 입주도 늘린다는 계획이다.

방곡리 도자기는 여주 ·이천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갓 출토된 그릇을 연상시킬 정도로 투박한 질감과 고색창연한 색감은 전기가마나 가스가마에서 나온 매끈한 그릇과는 전혀 다른 멋과 느낌을 준다.

어떤 그릇은 유약이 흘러내린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어 조악해 보이기도 하지만 나름의 소박한 자연미는 볼수록 정감을 준다.일본에서는 이같은 기법을 ‘이라보(伊羅保)’라 하여 아주 격조있는 도예품으로 쳐 준다.

방곡리 터줏대감으로,지난해 노동부가 공예 명장(名匠)으로 선정된 서동한(64 ·徐東奎)씨가 느릅나무 잿물을 이용해 만든,특허까지 획득한 황녹색의 녹자(綠瓷)는 음식 저장성이 우수하고 기름때가 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30여년만에 방곡리로 귀향한 모흥덕(牟興德 ·60)방곡도예인협의회장은 “방곡리 도예품은 순전히 손으로 옛것을 재현해낸 것이어서 조상들의 숨결이 배어있다”며 “회원 모두가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어서 방곡도예촌의 앞날은 밝다”고 말했다.

단양=안남영 기자 an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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