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백의종군" 선언하자 "안돼…" 눈물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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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7시50분,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통령 후보 측과 무소속 안철수 후보 측이 동시에 긴급발표를 예고했다. 당초 양측에서 두 후보의 대리인이 만나 최종협상을 벌였으나 끝까지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그래서 단일화 협상이 결렬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문·안 후보 측 대변인들은 같은 시간에 같은 내용을 브리핑했다. 역시 협상이 결렬됐다는 내용이었다. 안 후보 측은 “잠시 후 안 후보가 오후 8시20분 직접 긴급기자회견을 한다”고 했다. 양 캠프 주변에선 “이제 두 후보의 담판만 남은 게 아니냐”는 전망이 돌기 시작했다.

 회견장에 나온 안 후보는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이라는 말로 운을 뗐다. 다음 그의 말은 거의 모든 이의 예상을 깨는 발언이었다.

 “저는 오늘 정권교체를 위해 백의종군할 것을 선언합니다”는 것이었다. ‘백의종군’이란 말의 의미를 놓고 좌중이 어리둥절해하는 동안 그는 회견문을 읽어 나갔다.

 “…문재인 후보와 저는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습니다. 여기서 더 이상 단일화 방식을 놓고 대립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문 후보님과 저 두 사람 중에 누군가는 양보를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저는 얼마 전 제 모든 것을 걸고 단일화를 이뤄내겠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제가 후보직을 내려놓겠습니다.”

 회견장에선 지지자들이 “안 됩니다”며 고성을 질렀다. 눈물을 흘리는 참모들도 있었다. 안 후보도 울먹이면서 발언을 이어 갔다.

 “제가 대통령이 되어 새로운 정치를 펼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치인이 국민 앞에 드린 약속을 지키는 게 그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이어 안 후보는 “국민 여러분. 이제 단일후보는 문재인 후보입니다. 그러니 단일화 과정의 모든 불협화음에 대해 저를 꾸짖어 주시고 문재인 후보께는 성원을 보내 주십시오. 저 안철수는 진심으로 새로운 시대, 새로운 정치를 갈망합니다”고 말했다. 지지자들은 계속 “절대 반대” “반대한다”는 구호를 외쳤다.

 그는 다시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지금까지 저와 함께 해 주신 캠프 동료들, 직장까지 휴직하고 학교까지 쉬면서 저를 위해 헌신해 주신 자원봉사자 여러분,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고 말을 맺었다. 회견을 마친 안 후보는 박선숙·송호창 공동선대본부장, 조광희 비서실장 등을 잇따라 끌어안고 등을 두드리며 위로했다. 박 본부장 등은 울음을 터뜨렸다.

 말을 마친 안 후보도 결국 눈물을 쏟았다.

류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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