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때와 같은 듯 다른 모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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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무소속 안철수 대통령 후보의 23일 ‘전격 양보’는 지난해 9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와 비슷하다. 당시에도 그는 유력 후보로 거론됐지만 박원순 무소속 후보에게 양보했었다. 여러 면에서 겹치는 부분이 있다.

 우선 여론조사상으로 가장 유력한 안 후보가 지지율이 낮은 후보에게 조건 없이 양보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9월 안 후보의 지지율은 39.5%로 서울시장 선거 예비후보 10명 중 1위였다. 2위인 한나라당 나경원 최고위원의 지지율보다 세 배 이상 높았다. 당시 박원순 후보는 한 자릿수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양자대결에서는 50% 가까운 지지율을 기록한 안 후보가 5%인 박 후보에게 후보직을 전격 양보한 것이다.

 이번 대선을 앞둔 여론조사에서도 안 후보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 꾸준히 1위를 지켰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양자대결에서 오차범위 밖으로 박 후보를 이기는 경우는 드물었다.

 두 차례 양보 모두 ‘깜짝 선언’으로 진행됐다는 점도 비슷하다. 이날 혼자 기자회견장에 선 안 후보는 첫마디에 “저는 오늘 정권교체를 위해 백의종군할 것을 선언한다”고 말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선언이었다. 지난해 9월 6일에도 안 후보는 세종문화회관 기자회견 테이블에 혼자 앉아 “저는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상대 후보와 독대한 뒤 혼자 내린 결정이라는 점도 비슷하다. 안 후보는 단일화 상대였던 문 후보와의 세 차례 독대, 그리고 당일 양 후보의 ‘단일화 특사’ 회동 후 “이제 단일후보는 문재인 후보”라고 선언했다. 그는 회견장에 나가기 전 문 후보에게 전화를 걸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양보선언도 단 한 차례였지만 박 후보와 한 시간여 독대한 뒤 이뤄졌다.

 그러나 단일화 상대에 대한 감정은 달랐다. 지난해 안 후보는 “박 변호사는 우리 사회를 위해 헌신하며 시민사회를 위해 노력하신 분”이라며 “서울시장직을 누구보다 잘 수행하실 분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이번 선언에서는 “단일화 방식은 누구의 유불리를 떠나 새 정치와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의 뜻에 부응해야 하는데 문 후보와 저는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며 “비록 새 정치의 꿈은 잠시 미뤄지겠지만 저 안철수는 진심으로 새 시대, 새로운 정치를 갈망한다”고 아쉬움도 드러냈다.

류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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