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지식/어린이·청소년] 블룸카의 일기 外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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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1942년. 폴란드 바르샤바에는 200여 명의 아이들이 몸담고 있는 고아원이 있었다. 신간 『블룸카의 일기』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글·그림, 이지원 옮김, 사계절, 1만6800원)는 이곳에서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아끼고 존중한 야누시 코르착 선생님, 그리고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열두 명의 아이들 이야기를 한 아이가 쓴 일기의 형식으로 전하는 따뜻한 그림책이다.

 코르착 선생님은 아이들에게는 최고다. 여름이면 아이들을 캠프에 데려가 놀게 해주고, 어린이도 어른하고 똑같이 중요하며, 세상 모든 아이들은 자기만의 비밀과 꿈을 가질 권리가 있다고 말한다. 선생님의 이 같은 사상은 1979년 국제연합이 만든 어린이인권협정의 기초가 됐다. 그런데 이 동화 뒤에 안타까운 실제 이야기가 전해진다.

 유대인이었던 코르착 선생님과 200여 명의 아이들이 독일 강제수용소에서 삶을 마감한 것. 열두 명의 아이에 대한 세심한 묘사가 돋보인다. 아이들에 대한 남다른 존중이 느껴지는 책이다.

책을 읽어라, 독후감을 써라…. 부모님과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요구하는 게 많다. 하지만 독후감 쓰기가 의무가 됐을 때 그게 아이들 마음을 얼마나 무겁게 하는지 다 헤아리지 못한다. 아니, 알아도 모른 체 한다.

  『독후감 쓰기 싫은 날』 (김은중 지음, 주니어김영사, 156쪽, 9500원)의 주인공인 지웅(초등 4년생)이가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일 역시 독후감 쓰기. 세상의 책이 사라져 버렸으면 하고 바랄 정도다. 그런데 우연히 마법을 부리는 ‘소원의 책’을 손에 넣고 소원을 빌었더니 도서관 책이 정말로 사라지는 경험을 한다.

 저자는 사라져버린 책을 다시 찾아나선 지웅이의 새로운 발견을 유쾌하게 그린다. 도서관에서 책 읽어주기 자원봉사 활동을 해온 작가는 엄마가 내민 권장도서에 얼굴을 찌푸리던 한 아이를 보고 이 동화를 썼다고 한다. 저자의 산 경험이 깔렸기 때문일까. 아이들 마음을 헤아리면서도 책 읽기가 재미있는 일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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