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민 기자의 뷰티 토크] 잠실, 화장품의 새로운 메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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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잠실동 롯데백화점 잠실점 1층에 지난달 문을 연 필로소피 매장.

요즘 화장품 업계의 동향을 살피려면 명동 말고도 꼭 들러야 할 곳이 생겼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이다. 명동이나 강남역 같은 번화가를 제쳐두고 왜 이 지역일까. 답은 ‘롯데백화점 잠실점 때문’이다. 이곳에서 볼 수 있는 화장품 브랜드 수는 52개에 달한다. 서울 중구 소공동에 있는 본점의 화장품 매장은 면적 약 2200㎡에 브랜드는 50개에 못 미친다. 그런데 잠실점은 화장품 매장 면적만 약 2600㎡에 이른다. 올해 3월 대대적인 새단장 끝에 ‘국내 최대의 화장품 영업면적’을 갖춘 것이다.

최근 이곳에 아시아 최초 단독 매장을 연 미국 화장품 브랜드 ‘필로소피’를 비롯해 샹테카이·리엔케이·프레쉬·산타마리아노벨라·멜비타·나스 등 다양한 브랜드가 둥지를 틀고 있다. 올해 신규 입점한 브랜드만 15개다.

브랜드만 다양한 게 아니라 매장 자체도 다른 곳과 차별화했다. 미국 화장품 브랜드 ‘크리니크’는 고객이 직접 화장품 매장 안으로 들어가 판매 상품 전부를 체험해 볼 수 있는 ‘뷰티바’를 갖췄다. 다른 나라보다 앞서 새로운 형태의 매장을 한국에 선보인 것인데, 이런 매장 형태도 본점이 아닌 잠실점에 먼저 열었다. 프랑스 브랜드 ‘디올’도 최신 인테리어 컨셉트의 매장을 지난달 잠실점에 적용했다. 최신 컨셉트 매장은 전세계 디올 화장품 매장 중 30개에 불과하다.

다른 제품군이 아니라 화장품이 왜 잠실점의 간판 상품이 됐을까. 롯데백화점 잠실점 김동수 잡화팀장은 “고정 고객 위주인 화장품의 우수 고객은 화장품만 사러 백화점에 들르지 않는다. 의류 등 다른 상품도 사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최근과 같은 장기 불황에는 이런 고객이 관심을 가질 만한 화장품 매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유야 어찌됐든 새로운 화장품, 새로운 서비스가 속속 도입되는 롯데백화점 잠실점의 등장이 반갑다. 화장품 브랜드든 백화점 같은 유통업체든 “수준 높은 우리나라 고객들이 우리의 경쟁력을 강화시켰다”고 말해 왔다. 화장품 구입에 열성적인 한국 소비자의 진가가 이제서야 제대로 평가받고 있는가 보다. 우리 소비자도 더 세련된 매장에서, 더 다양한 서비스를 체험해 볼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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