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구 당시 합참의장 인터뷰] “연평도, 북한엔 옆구리의 비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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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민구(61·사진) 전 합참의장은 22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은 우리 군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2년 전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 합참의장으로 우리 군을 이끌었던 한 전 의장은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북한이 우리 영토와 민간인도 공격할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됐다”며 "우리 군이 절치부심하는 계기가 됐다” 고 했다.

 그는 그러나 당시 출격했던 공군 전투기가 사격하지 않은 이유와 대응 수준을 결정한 과정 등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대신 "사망하신 분들의 명복과 부상자들의 쾌유를 빈다”고 했다.

 -당시 상황을 설명해 달라.

 “점심 식사를 마치고 집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었다. 작전본부장(당시 이홍기 중장)에게서 ‘연평도에 적의 포탄이 떨어지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 그날은 서북 5도 해병대에서 사격훈련을 하는 날이었다. 북한이 ‘(우리가) 사격훈련을 할 경우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했던 터라 작전본부장은 아침부터 지휘통제실에서 상황을 챙기고 있었다. 즉시 지하 지휘통제실로 갔다. 냉정해지기 위해 심호흡을 했다. 군인들은 누구나 그 순간이면 냉철해지려 노력한다. ‘대응사격을 했느냐’고 물었더니 ‘아직 하지 못했다’고 하더라. ‘단호하게 대응사격을 하라고 해병대 사령부에 지시했다.”

 -공군이 출격했지만 사격하지 않았고, 해병대가 80발만 쏜 것에 대해 대응 수위가 낮았다는 지적이 있다.

 “전역한 지 1년 남짓 된 사람이 지금 시점에서 소상히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진행형이고, 남북 긴장이 유지되고 있다. 다만 우리 군은 최선을 다해서 대응했고, 적에게 충분한 피해를 입혔다. 우리는 대피도 하고, 불 속에서도 사격을 했지만 북한은 오픈된 상태에서 그냥 맞아 상당한 피해가 있었을 것이다.”

 당시 북한은 개머리 진지에서 사격을 했지만 우리 군은 북한군의 사격 지점을 파악하지 못해 무도 해안포 기지로 사격을 했다. 무도 진지에서는 “저 XX들 왜 쏘고 난리야”라며 혼비백산하는 모습이 우리 군에 포착됐었다.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난엔 왜 대응하지 않았나.

 “우리 측에 북한의 BDA(Bomb Damage Assessment·폭격피해판정) 자료가 없었다. 연평도는 불타는 모습이 거의 실시간으로 중계되는데 북한 지역의 영상이 없었던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말로 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나. 당시 북측에선 20여 명이 사망한 것으로 판단했다. 우리 해병대가 대응 사격한 탄착 지점이 부대 인근이다. 그 정도면 상당한 피해가 났을 테지만 눈으로 상황을 직접 확인하지 못했으니 어쩔 수 없지 않은가.”

 -6·25 전쟁 이후 북한과 실전을 치른 최초의 합참의장이다. 연평도 포격 도발은 우리 군에 어떤 의미인가.

 “연평도는 북한엔 옆구리의 비수 같은 존재다. 그런 연평도를 공격한 것은 북한이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도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해상 사격으로 NLL을 넘는 수준으로만 생각해 오다 민간인 지역에도 공격을 가할 수 있다는 게 증명된 것 아닌가. 과거처럼 대응해선 안 된다는 교훈을 줬다. 2중·3중의 대비를 해야 한다. 서북도서 지역 전력도 대폭 증강됐다. 우리 군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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