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세율 방향 잡았지만 법인세 손 안대 '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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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경제부는 세법개정안을 짜면서 '넓은 세원, 낮은 세율' 이라는 원칙에 충실하려고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세원 확대는 1백80개에 이르는 세금감면 조항 가운데 59개를 줄인 것외에 눈에 띄는 것이 없다.

낮은 세율을 적용한다는 측면에서 소득세율 인하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다만 연간소득에 따라 같은 비율로 내린 결과 세금감면액이 연봉에 따라 몇만원에서 몇백만원까지 차이가 난다. 소득분배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2003년 균형재정 달성을 목표로 잡다 보니 감세 규모도 인색했다. 근로소득세 경감 규모만 보아도 1999년에 1조4천억원, 지난해 1조2천억원이었는데 이번에는 1조1천억원 수준에 머물렀다.

특히 경쟁력을 갖춘 세제를 만든다고 해놓고 정작 법인세율을 손대지 않은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최명근 경희대 객원교수는 "조세간 국제경쟁력이 중요한 시대에 법인세 세율을 내리지 않은 것은 잘못" 이라며 "국내 법인세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보다 높지 않다고 하지만 독일.대만(25%)보다 우리가 높다" 고 주장했다.

따라서 이번 감세 조치가 경기에 도움을 주리라는 기대는 성급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규모도 작으며 그 효과는 일러야 내년 말 이후에나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양도세율 체계를 개선해 연간 총 2천7백억원의 관련 세금을 줄인 것은 정부가 장기적으로 부동산 거래와 관련한 세금을 줄이고 대신 보유 정도에 따른 세금을 늘리겠다는 원칙의 시작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발표에는 정작 보유세인 재산세.종합토지세 관련 세제를 어떻게 하겠다는 언급이 전혀 들어 있지 않다.

재경부는 세제개편안대로 세법이 개정될 경우 내년 조세부담률이 올해(21.3%)보다는 약간 높아지겠지만 22%는 안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소득은 있지만 세금을 한푼도 안내는 면세점은 올해 연소득 1천3백17만원에서 내년에는 1천3백92만원으로 높아져도, 봉급생활자의 임금이 이보다 더 많이 올라 근로자 중 세금을 내는 사람의 비율은 55%로 올해보다 1%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세제개편안은 국회 심의과정에서 5조원 규모의 감세를 주장한 한나라당의 반대에 부닥칠 것으로 보인다.

송상훈.이상렬 기자 mod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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