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캠핑의 절반은 ‘이동’이다. 오토캠핑의 이동수단이라고 하면 으레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떠올린다. 하지만 실제 오토캠핑을 다녀본 이는 안다. 평범한 세단을 끌고오는 캠퍼가 많다는 걸. 오토캠핑만을 위해 덩치 큰 차를 사는 건 난센스다. 낭만과 경제성을 좇는 오토캠핑의 순수한 취지와도 어긋난다. 사실 오토캠핑엔 웬만한 캠핑장비를 거뜬히 실을 수 있는 중형 세단 정도면 충분하다.
그런데 겨울철엔 망설여진다. 눈길·빙판길 등 미끄러운 노면을 만날 수 있어서다. 게다가 대부분의 캠핑장은 자연 깊숙한 곳에 자리한다. 그러다 보니 진입로가 비포장인 곳이 많다. SUV가 오토캠핑의 동반자로 ‘몰표’를 받는 건 이런 사정들 때문이다.
하지만 사륜구동 세단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노면 가리지 않고 자신 있게 달릴 수 있다. 마침 겨울 캠핑에 어울릴 만한 세단이 나왔다. 지난 19일 한국닛산이 선보인 인피니티 M37x 4WD다. 인피니티의 기함인 M시리즈의 사륜구동 모델이다. 이 차에 들어간 사륜구동 장치는 ‘아테사 E-TS’다. 닛산이 1987년 처음 선보인 이래 꾸준히 갈고 닦아온 기술이다.
이 기술로 무장한 인피니티 M37x 4WD는 평소엔 뒷바퀴만(후륜구동) 굴린다. 시종일관 네 바퀴 굴리는 것보다 부담이 덜하다. 그만큼 연비에 도움이 된다. 그러면서도 뒷바퀴 굴림 방식의 장점을 고스란히 누릴 수 있다. 가령 운전감각이 한층 자연스럽다. 직진안정성도 뛰어나다. 무거운 엔진과 구동축을 앞뒤로 나눠 무게배분도 좋다. 같은 이유로 핸들링과 승차감 또한 뛰어나다.
‘아테사 E-TS’는 굉장히 영리하다. 뒷바퀴가 노면을 놓치는 순간을 귀신같이 읽는다. 판단의 근거는 회전수 차이다. ABS(자동제어시스템) 센서는 뒷바퀴가 앞바퀴보다 5%만 더 회전하면 ‘지금 미끄러지고 있다’고 판단한다. 그러면 ‘아테사 E-TS’가 즉시 앞바퀴로 구동력을 나눈다. 최대 50%까지 보낸다. ‘뒷북’일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16비트 컴퓨터가 1초당 10번씩 감시해 준다.
운전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숙성된 기술일수록 스스로의 존재를 감쪽같이 숨기기 때문이다. 그냥 평소처럼 운전하면 된다. 그러면 ‘아테사 E-TS’는 타이어가 노면을 놓칠 위험을 사전에 차단한다. 사고 가능성을 없애는 셈이다. 따라서 차가 미끄러질 뻔했다는 사실조차 눈치 채기 어렵다. 이 때문에 사륜구동 시스템은 적극적 또는 예방 안전장치로 간주된다.
여기에 더해 인피니티 M37x 4WD는 자동모드와 스포츠, 에코, 스노(snow) 등 4가지 주행모드를 갖췄다. 스노 모드에서는 엔진과 변속기의 반응을 누그러뜨린다. 더불어 ‘아테사 E-TS’는 네 바퀴가 제대로 노면을 움켜쥐었는지 실시간으로 감시의 눈초리를 번뜩인다.
인피니티는 M37x 4WD의 장점은 마른 노면에서도 빛난다. 굽잇길을 보다 빠르고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다. 크고 작은 성취감이 모여 자신감으로 영근다. 그만큼 운전이 즐겁다. 동력성능도 빼어나다. ‘세계 10대 엔진’으로 명성 높은 V6 3.7L 엔진이 333마력을 가슴 후련하게 불사른다. 보스 오디오, 능동소음제거장치 등 편의장비도 풍성하다. 가격은 6540만원.
김기범 중앙SUNDAY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