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현장 이 문제] 러브호텔 판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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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부산·경남지역 신도시 상업지역이 러브호텔 천국으로 변하고 있다.

주거지역의 러브호텔 규제가 심하자 상대적으로 건립이 수월한 상가로 마구 진출,정작 주민들이 필요한 시설이 들어설 부지가 모자라고 있다.

최근 상가에 러브호텔이 집중적으로 들어서고 있는 지역은 부산화명·김해장유·김해북부·창원 상남지구 등.

부산 화명택지개발 2지구 상업지역과 화명역 부근에만 러브호텔 10곳이 성업 중이다.

울산시 남구 삼산동 울산역 부근 상가지역에도 화려한 조명을 한 러브호텔 20여 곳이 몰려있다.

김해 북부 신도시는 이제 겨우 아파트를 짓고 있으나 상업지역에는 벌써 30여 개의 러브호텔들이 차지해 버렸다.김해 장유 상업지역도 10여 개의 러브호텔이 성업 중이다.

계획도시 창원 중심 노른자위 땅에 개발된 상남 상업지구의 지난해 말까지 건축허가 신청 60여 건 중 30여 건이 주점이 딸린 러브호텔들이다.이들 건축물은 보통 6∼9층짜리로 지하 1,2층과 맨 위층은 주점·노래방,나머지는 객실 구조로 건립된다.

이처럼 상가에 숙박시설을 갖춘 빌딩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는 분양이 잘 되는데다 주거지역보다 건축허가가 쉽기 때문이다.

김해 장유 ‘부동산 일번지’김충렬 대표는 “빌딩 전체를 위락시설과 근린생활시설로 꾸미는 것보다 모텔 등을 넣으면 분양이 잘 돼 건축주들이 선호 한다”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작 주민에게 필요한 건물이 들어설 용지가 부족한 실정이다.

장유신도시에서 학원전문 빌딩을 지으려는 김모(44·창원시 사파동)씨는 “상업지구 내 요지는 러브호텔들이 차지해 버려 좋은 위치의 땅을 구할 수 없었다”라며 “겨우 구한 땅도 러브호텔이 빤히 보이는 곳이어서 학부모들이 자녀 보내기를 꺼릴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자치단체들은 주거지역 내 러브호텔만 거리를 제한하고 있을 뿐 상업지역에는 아무런 규제를 두지 않고 있다.규제 거리도 4백m(경기도 분당시)∼70m(전북 전주시)등으로 천차만별이다.

주거지역에 대한 러브호텔 건립엔 주민들의 반발은 거세지만 상업지역엔 치고 있다.

부산 화명신도시 주민들은 지난해 5월 지역 내 러브호텔 난립을 막기 위한 캠페인을 펼쳤다.주민들은 서명운동을 전개하면서 시의회에 러브호텔 건립을 제한하는 조례 제정도 촉구했다.

러브호텔 건축 제한 거리를 부산시 조례안인 ‘주거지역으로부터 50m’에서 ‘1백m’로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김해시는 주차장 가리개와 화려한 입 간판 등을 규제하는 ‘숙박업소 지도에 관한 조례’를 전국 처음으로 제정하고 시민감시단을 운영하고 있다.

김해 러브호텔 건립저지를 위한 공대협 김태광 집행위원장(43)은 “상업지역까지 숙박업소를 규제하는 것은 재산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라는 반발에 부닥쳐 전혀 규제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도시계획법 등에서 상업지역의 숙박시설 설치 기준을 강화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상진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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