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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위 → 4위 → 우승후보 … ‘꿀벌군단’의 반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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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춘천FC 선수들이 17일 춘천 송암스포츠타운 종합경기장에서 챌린저스리그 플레이오프 경기에 앞서 기념촬영을 했다. 오른쪽 끝은 구단주인 이광준 춘천시장, 왼쪽 끝은 김현식 단장이다. 이들은 24일 포천시민구단과 챌린저스리그 결승전을 치른다.

17일 오후 춘천시 송암스포츠타운 종합경기장. K3리그로 불리는 ‘DAUM 챌린저스리그 2012’ 플레이오프에서 춘천시민축구단(춘천FC)은 파주시민구단과 맞붙었다. 이날 쌀쌀한 날씨에 경기장을 찾은 관중은 400여 명뿐으로 썰렁했지만 그라운드를 누비는 선수들의 열정은 뜨거웠다. 춘천FC는 주장 이강민의 멋진 중거리 슛 골에 이어 윤철순·선민수 선수가 골을 기록, 후반 2골을 만회한 파주를 3-2로 누르고 리그 결승에 진출했다.

 ‘꿀벌군단’의 반란이 성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꿀벌군단은 검고 노란 줄무늬의 춘천FC 유니폼 상의 때문에 붙여진 별칭이다. 2010년 창단 첫해 18개 팀 가운데 꼴찌나 다름없는 15위를 기록한 춘천FC가 지난해 4위에 이어 올해 우승을 넘보게 됐다. 18승4무3패의 성적으로 조별 리그 2위로 플레이오프에 나서 승리한 춘천FC는 포천시민구단과 우승을 다툰다. 같은 조의 포천시민구단은 리그 1위를 기록한 챌린저스리그 최강팀이지만 춘천FC는 올해 전적에서 1승1무로 앞섰다.

 춘천FC의 이 같은 도약은 잡초 같은 축구인생의 길을 걷고 있는 선수들의 투혼이 큰 역할을 했다. 춘천FC 선수들은 고교나 대학 때 선수로 활약했거나 프로나 내셔널리그(K2)에서 뛰었지만 빛을 보지 못한 이들이다. 이들은 프로나 실업 등 상위 리그 팀으로 진출하려는 꿈을 이루기 위해 모진 고통을 감내하면서 뛰고 또 뛴다. 6월 팀에 합류한 이강민도 강원FC에서 방출됐지만 다시 프로리그 진출이란 목표를 향해 매진하고 있다.

 구단도 이들의 상위 리그 팀 진출에 적극적이다. 구단 측은 시즌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프로 및 실업 팀과 선수 진출 문제를 협의할 계획이다. 상위 팀으로 많이 진출해야 같은 꿈을 가진 선수를 또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춘천FC는 현재 프로 및 실업과 외국 대학 팀에 3~4명의 선수를 보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선수들은 더 큰 무대에 서겠다는 꿈이 있기에 박봉에도 공을 찬다. 챌린저스리그 시민구단 대다수가 그렇듯 선수 임금은 수당이 전부다. 춘천FC는 훈련 수당 2만원, 출전수당 10만원, 승리수당 30만원 . 훈련은 일주일에 두 차례, 리그 중 한 달에 세 경기를 치른다고 보면 선수들은 매달 100만원 안팎의 수입이 고작이다.

 선수들의 열정에 감독의 지도력, 구단의 적극적인 뒷바라지도 춘천FC가 상위권에 도약하는 데 큰 힘이 됐다. 17세 여자국가대표 감독 출신으로 지소연 등을 키워낸 김용호 감독은 올해부터 팀을 맡아 리그에서 가장 적게 실점할 정도로 탄탄한 수비력에 날카로운 공격력을 갖춘 팀으로 바꿔 놓았다. 창단 첫해 사저를 선수 숙소로 내놓았던 김현식(58) 단장은 지난해 사비를 출연해 훈련장 옆에 숙소를 마련하는 등 구단 운영에 적극적이다. 선수들에게 특식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사비 출연도 적지 않다. 챌린저스리그 결승전은 24일 오후 2시 포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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