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2번 사과에도 安 변화없자 회의 멈추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가 15일 오전 부산시 중구 마린센터에 위치한 해상산업노동조합연맹을 방문한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특집] '18대 대통령 선거' 바로가기 ▶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는 15일 하루 동안 두 번의 ‘사과’를 했다. 단일화 협상 중단을 선언한 안철수 무소속 후보를 향해서다.

 문 후보는 이날 오전 부산 전국해상산업노동조합연맹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혹여라도 우리 캠프 사람들이 뭔가 저쪽에 부담을 주거나 자극하고 불편하게 한 일들이 있었다면 제가 대신해서 사과를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만전을 기할 테니 다시 단일화 협의를 해 나가자”고 했다.

 그러나 문 후보의 사과 발언이 전해진 뒤에도 안 후보가 서울 공평동 캠프에서 기자들과 만나 “깊은 실망을 했다”고 하자 오후 1시30분엔 경남 창원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재차 안 후보에게 사과했다. “정확한 사정은 모르나 일부라도 잘못한 일이 있었다면 제가 사과를 드리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면서다. 그는 ‘안철수 양보론’에 대해선 “공식적으로 그런 입장을 가져본 적이 없지만 선대위 내에서 얘기됐다면 대단히 경솔하고 부주의하고,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14일 밤과 이날 오전 안 후보에게 전화를 걸어 통화한 사실도 공개했다. 그런 뒤 “아직 충분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는지 모르지만 서울에 올라가는 대로 상황들을 더 파악해서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 이제 조금 화를 푸시고 단일화를 협의하는 장으로 돌아와 주도록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우리가 상처를 건드리는 것은 약을 발라주고 붕대를 감아주기 위한 것이지 상처를 헤집는 게 목적은 아닐 것”이라고도 했다.

 문 후보 측 중앙선대위는 당초 문 후보의 사과 발언이 중단된 단일화 논의를 속개시킬 ‘마지막 수단’이란 생각이었다. 우상호 공보단장은 “문 후보 본인의 사과 표명은 우리가 쓸 수 있는 카드 중 가장 센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문 후보가 사과하는 동안 긴급 회의를 소집해 ‘단일화 논의 재개 이후’의 상황에 대해 논의했다. 이때 협상팀 교체보다 강한 선대위원장 10명의 공동 사퇴라는 강력한 후속조치도 거론됐었다고 한다. 하지만 안 후보가 태도를 바꾸지 않자 혼란 속에 대책회의 자체가 한때 중단됐다. 문 후보 측은 캠프에 ‘기자접촉 금지령’도 내렸다. 선대위 고위 관계자는 “대변인단과 선대위원장들에게 며칠간은 기자들을 만나지 말라고까지 얘기했다”고 전했다. ‘안철수 양보론’을 유포시킨 인사에 대한 ‘색출’작업도 벌였다. 그러나 안 후보 측이 지목한 이목희 기획본부장은 발언 사실을 부인했다고 한다.

 대외적으론 안 후보 측을 설득하느라 낮은 자세를 취하곤 있지만 속으론 불만도 적지 않다. 익명을 원한 캠프 관계자는 “우리가 조직적으로 문자를 보내 안철수 양보론을 유포시키거나 여론조사에 영향을 줬다고 하는데, 조사를 해보니 자원봉사자가 지인 76명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문자를 보낸 것이 전부였다”며 “자원봉사자의 이런 행동까지 구태고 조직동원이라면, 도대체 어떤 선거운동을 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 안 후보의 자원봉사자들은 문자메시지를 보내지 않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