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아들 '영혼결혼식', 알고보니…" 충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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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못하고 세상을 떠난 아들. 그 아들에게 저 세상에서나마 짝을 맺어주고 싶은 어머니의 마음을 노린 사기범이 적발됐다고 JTBC가 보도했다.

숨진 여성을 만들어내 가짜 영혼 결혼식을 시켜주고 돈을 받아낸 것. 이렇게 부모-자식 사이의 애틋한 정을 노린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서울 노원구에서 법당을 운영하던 66살 무속인 김 모씨.2010년 1월 그를 찾아온 55살 최 모씨로부터 죽은 아들의 영혼 결혼식을 치러달라는 부탁을 받았다.최씨의 아들은 군에 입대했다가 선임병의 괴롭힘을 못견뎌 자살한 상황.꽃다운 나이에 결혼도 못한채 떠난 아들의 영혼을 달래주고 싶었던 것이다.

무속인 김씨는 자신의 지인인 오 모씨에게 죽은 조카딸이 있다며 영혼결혼식을 진행했다.최씨는 굿값과 떡값으로 1500만원을 냈고, 신부 측에도 예단비 30만원을 건넸다.눈물 속에 영혼결혼식이 치러지고, 2년의 세월이 흘렀다.그런데 최씨는 2년 가까이 사돈지간으로 지내던 오씨로부터 충격적인 말을 듣게 됐다.

최씨의 죽은 아들과 결혼한 조카딸은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무속인 김씨와 돈 문제로 다툰 오씨가 양심 고백을 한 것.김씨가 최씨의 돈을 노리고 사기 영혼결혼식을 꾸민 사실이 드러났고, 두 사람은 재판에 넘겨졌다.[최모씨/영혼결혼식 피해자 : 제 자식이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당할 수 밖에 없어요. 자식을 잃은 슬픔… 그런 심리를 이용한거죠.]

아들을 두번 잃은 것같은 슬픔에 빠진 최씨.영혼결혼식을 진행해 본 한 무속인은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라고 비난한다.[신영기/무속인 : 가슴 아픈 어머니의 말할 수 없는 가슴앓이 하는 그 분의 상처난 데다 그렇게 하면 안되죠. 벌을 받게 돼 있어요.]

하지만 재판과정에서 김씨와 오씨가 용서를 빌며 돈을 돌려주자 죽은 아들을 생각해 참겠다며 두 사람을 용서했다.[최 씨/영혼결혼식 피해자 : 이미 끝났으니깐…인간이 불쌍하니깐 저 사람도 자기 먹고 살려고…(마음의) 용서는 아직도 힘든 거 같아요.]

법원도 최씨의 마음을 헤아려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하지만 어머니의 가슴엔 또하나의 깊은 상처가 남았다.

온라인 중앙일보, 강신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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